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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fodq Oct 26. 2024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너에게

근심스러워하는 마음에게 사랑을


이번엔 모든 게 흘러간다.

주마등을 겪는다. 다양한 기억이 흘러 들어온다.


반에서 4등이란 말을 듣고 화를 내던 사람이 보인다.

쯧쯧대며 혀를 차고 한심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는 사람이 보인다.

라면을 먹었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걸 모르냐며 역정을 부리던 사람이 보인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 보인다.

시점이 돌아간다.

이젠 내가 보인다.

소심한 사람이 보인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 보인다.

밤마다 시끄러운 고함에 귀를 막는 사람이 보인다.

스스로를 혐오하는 사람이 보인다.

자존감이 매우 낮은 사람이 보인다.

일상에서 웃는 일이 없는 사람이 보인다.

그의 성격은 온전히 선천적일까.

다시 시점이 바뀌고 주마등이 끝나고 시간이 조금 흐른다.


 "그만하자."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나한테 안 좋은 영향을 주고 내가 해야 할 일을 못 한다는 생각에 그렇게 말을 했다는 걸 알기에 난 손을 놓지 않았다. 다행히 어쩌면 당연히 몇 분 만에 없었던 일이 되었다. 네가 날 너무 사랑했기에.


시간이 흐른다.


 "헤어지자"

이번엔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녀가 말한다.

우리는 가끔씩 그랬다. 서로가 너무 좋았기에 서로에게 실수를 했을 때 더욱 미안했던 거 아닐까.

난 그걸 목구멍에서 막아냈고 너는 차마 막지 못했던 거 아닐까. 너는 많이 미안해했다.


시간이 조금 흐른다.

 "우리는 운명이 아닌가 봐 내 생일도 그렇고 이렇게 행복해야 하는 날에 자꾸 이러네."

 "자기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거짓말 없이 나 사랑해?"

 "사랑한다고 바보 그것도 모르냐"

 "그럼 된 거지 10개가 다 맞는데 하나 틀리다고 운명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 9개 맞으니까 운명이라 하자."

이 짧은 말에 넌 웃었다.


시간이 150일 정도 흐른다.

나는 그때의 내가 된다.


 "너 이젠 웃는 모습이 예뻐."

 "허어 원래는 안 예뻤다는 거야?"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초반에는 너 웃는 모습이 엄청 어색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러워 너의 미소를 찾았어."

내가 말한다.

 "사랑해"

그녀가 말한다.

 "나도 사랑해"

난 솔직히 불안하다. 네가 나를 떠나갈까 봐.

넌 떠나지 않겠지만 지금이 너무 행복했어서, 네가 나를 너무 자주 웃고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이 행복을, 너를 잃어버리기 싫어서 불안해한다. 그래서 너를 언제까지나 가지고 싶어서 다른 얘들과 말만 하는 것으로도 짜증이 나는데 혹시 말했다가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 그것을 참으며 널 보며, 널 생각하며 나오는 웃음과 너의 존재만으로도 느끼는 행복을 받아들이며 너를 절대 놓지 않겠다는 마음과 너를 정말 미친 듯이 좋아하고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 마음을 사랑해라는 세 글자로 너에게 말하는 것이다.

난 네가 필요하다. 언제나 네가 필요하다. 슬픈 날엔 위로받고 싶어 보고 싶고 기쁜 날엔 자랑하고 함께 기뻐하기 위해 필요하다. 아무것도 없는 날엔 네 생각을 하고 있기에 네가 필요하다. 내 전부에게 그 모든 마음을 표현하기에 내 생각이 짧아 사랑해라는 세 글자로 말을 한다.


그날 밤에 전화를 끊기 전 난 이렇게 말했다.

 "아주 많이 사랑해. 여전히 많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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