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 가장 고요한 시간이다. 새로운 하루의 시작과 기지개를 켠 생각들이 나를 반긴다. 늘 잠자리에 들기 전 다음 날 써 내려갈 이야기를 기대하며 눈을 감곤 한다.
한때, 잠들어 있는 시간이 아깝다고 억지로 줄이던 시절이 있었다. 아직 덜 자란 생각과 치기 어린 도전으로 20대 실패했던 사업 때문에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던 때도 있었다. 하루를 마감하고 누워있게 된 시간이 영원하길, 아침을 맞이할 수 없기를 기대하며 잠을 청하던 그때, 오히려 오늘과 내일 사이에 있을 경계가 허물어지곤 했다. 끊길 줄 모르고 이어지는 생각들이 달갑지 않은 밤을 채울 때면 감정들도 잠을 청하기 싫다는 듯 끊임없이 일렁였다.
잠이 오지 않아서 생각과 감정이 날뛰는지, 생각과 감정을 추스르기 힘들어서 잠이 오지 않았는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밤들을 보낸 나날들. 잠들 수 없다는 괴로움이 이런 것인가라고 가볍게 넘기던 것과는 달리 1년의 시간 동안 불면증을 앓았었다. 이 당시에 글쓰기에 관한 한 톨만큼의 관심이 있었더라면 더 빠른 시간 내에 불면증을 떨쳐내지 않았을까. 새벽에 이 글을 쓰면서 드는 아쉬움이다.
어느샌가 불면증이 옛말이 되고 나서는, 밤 10시만 넘어가면 잠에 취한다. 갖가지 잠 깨는 방법을 동원해봐도 효과가 미미하다. 꾸벅꾸벅 졸면서 읽기를 지속하고 쓰기를 이어가기를 2시간여 정도가 지나면 오늘도 어김없이 "아, 미치겠네.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두세 겹 만들어진 쌍꺼풀에 눈가에 힘을 주어 커질 대로 커진 눈을 마지막으로 하루 중 잠 깨어 있기를 그만.
안경은 늘 안착하는 자리에 두고선 이부자리를 찾아 나선다. 벌려 놓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차라리 불면증이었을 때가 그리워진다. 누가 들으면 엄한 소리라 질타할지도 모르지만 듣는 이 없는 혼잣말이니 하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