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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하다 Oct 11. 2021

미운 아기 오리와 엔젤

15분 스토리텔링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내렸다. 형제들 틈에서 늘 겉돌았던 나는 알지 않았으면 좋았을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 길로 집을 나왔다.



초저녁인데도 날씨 탓인지 거리마다 가로등이 밝게 켜져 있지만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만 큼 안개마저 껴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않은 채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검은 봉지인지 풍선인지 모를 무엇인가가 흐느적 거리며 울고 있다. 무섭지만 소리가 너무 구슬퍼 비까지 내리는 마당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이봐요, 괜찮아요?"




말주변이 없는 나는 대뜸 우는 생명체에게 건네는 말이 괜찮냐는 질문이다. 괜찮을 리 없어서 울고 있을 텐데, 무슨 염장 지르는 말도 아니고서야.



타이르듯 건넨 내 말 한마디에 더욱 서글피 운다. 사실, 나도 울고 싶다. 죽을 만큼 서글퍼서 이렇게 집을 뛰쳐나왔는데 세상 떠나가라 울고 있는 이 검은 생명체를 보니 조금 전까지의 기분이 주눅 든다.



그냥 발길을 돌리려 하다가 우산을 들고 있는 손이 먹적어서 차마 내뱉은 말을 모른척할 수가 없어서, 검은 생명체 머리 위로 우산을 고쳐 잡기를 여러 번 하는데,




"난 엔젤이야. (흑흑) 넌 누구야?"




쭈그려앉아 울고 있던 검은 생명체는 흘러내리는 눈물과 훌쩍이는 콧물을 훔치며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건네어왔다.




첫 말에 반말이라니, 반말을 그렇다고 쳐. 그런데 '엔젤?' 내가 알고 있는 그 하늘 위에 하얀 날개를 펼치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올법한 의상에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하고 있으시다는 그 엔젤?




"저... 오해하지 말고 들어 주세요. 진심으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엔젤'이 이름이에요? 아니면 진짜 엔젤이에요?"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다른 의미의 엔젤인지 묻기 민망하게 검은 생명체도 하늘을 가리키며 자신은 그 엔젤이 맞다고 한다.




'아...' 내 생각이 잘못했네. 나 또한 겉모습이 볼품없어서 뛰어난 특기 하나 없어서 집에서 겉돌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겉돌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니...




"저기, 엔젤님. 전 '백 조'라고 해요. 비도 오는데 우산도 없이 하늘도 아니고 지상에서 이렇게 울고 있으신 연유가 있을까요?"




천사이기 때문에 분명 비를 맞아도 감기 한 번 안 걸릴게 분명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것에서 염려를 떼어낼 수 없었다.



것보다 울고 있는 이유가 더 궁금했을 것이지만


우는 이유가 나와 같은 이유가 아닌가 하고 어렴풋이 짐작함이 맞기를 바라는 듯, 묻는 물음이었다.




"난 정기적으로 지상으로 내려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있어. 하늘이 살피지 못하는 소원을 들어주러 지난번에도 내려왔었지.



먹을 것이 없는 이에게는 음식을 내려 주고, 걸을 수 없는 이에게는 어디든 다닐 수 있는 다리를, 집이 없는 자에게는 보금자리를 주었지.



그러던 중, 한 시인을 만났어. 그리고 그에게도 물었지. 소원하는 바가 있느냐고? 그랬더니, '행복'을 달라고 하더군. 그래서 당연하듯 그의 소원 또한 이뤄주었어."




"행복을 주셨다고요?"



"응, 그가 가지고 있던 재산을 거두고 자식과 아내뿐 아니라 앞을 볼 수 있는 눈도, 글을 쓸 수 있는 손도 앗아갔어."



"네?"



"그리고 반 년 후에 모두 제자리로 돌려주었지. 나는 분명 '행복을 주세요.'라는 소원을 들어 준거야."




엔젤님의 이야기인즉슨, 행복이라는 소원을 들어 주었는데, 민원이 하늘에 빗발쳐 속상에서 지상에 내려와 몇 시간이고 울고 있는 거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은 늘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으로 비추어졌었고, 소원 또한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을 이루어 주었다고 했다.




대화가 길어주는 와중에 엔젤님은 어느새 눈물을 그친 채 낯선 의자 위로, 내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백 조야?"



"아, 엔젤님 '조'라고 불러주시면 돼요. 그런데, 지금 여기가 어디예요?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는데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요?"



"네가 원하는 곳."



"네?"



"내가 원하는 곳이요? 전 제가 원하는 곳이 없어요. 오래도록 혼자였어요. 그 많은 형제들과 부모님이 계셨지만, 친구들도 많았지만 사실 혼자였어요.



그들과 너무 달랐고 항상 나는 모잘랐어요. 그리고 오늘 그 이유를 알았어요. 전 버림받은 아이여서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조, 그렇지 않아. 잘 못 알고 있어."



"그게 무슨..."




검은 생명체에게 아니 엔젤님에게 안기며 등을 토닥이는 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더니, 눈앞에 암전이 덮쳤다.



엔젤님의 옷차림 때문인지 안겨서 이기 때문인지 모르게 오래도록 암전이 지속되었고 규칙적인 토닥임도 이어졌다. 그리다 이내 등 토닥임이 희미해지더니 커다란 등짝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밝게 트인 시야 사이로 거실 소파 위에 앉아 있었다.




"조! 조! 내가 몇 번이나 불렀는지 알아?"



"형? 큰 형이 왜 여기에 있어? 내가 왜 여기에 있지?"



"뭐라는 거야. 영화 보다가 잠들었잖아. 하여튼 엉뚱하기는."



"형! 나, 다리 밑에서 주어온 것 맞아?"



"너 꿈꿨어? 누가 그래? 그... 셋째 형이 분명 나보고 다리 밑에 주워와서 키도 작고 말랐고 못생겼고 공부도 못한다고..."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네가 태어날 때 분명 나도 함께 있은걸. 셋째 녀석 혼 좀 나야겠네. 적당히 놀려야지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왜 이렇게 개구쟁이야!"




대학 졸업을 앞둔 형이 황당하다는 듯 내 머리를 벅벅 쓰담아댄다. 거친 손짓과는 다르게 들어가서 자라는 다정한 말투. 방학이라 오랜만에 내련 온 고향이 막내가 여전히 엉뚱한 모습을 보인다며, 그다지 새롭지 않은 듯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지만, 정말 이게 꿈이었을까?



내가 돌아오고 싶은 곳이 여기 이 곳이었던 걸까?









안녕하세요! '도하다'입니다.


그림을 보며 즉흥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습니다.


글을 놀잇감 삼아 이렇게 또 끼적여 보았는데요.


부족함이 많이 보이시겠지만,


어쩌면 짧지 않은 글이라 읽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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