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하다 Oct 22. 2021

더더더 인간

N가지의 시


위로 더 위로 더 올라가

아래는 보지 말고 옆도 보지 말고

두 눈을 하늘에 고정한 채

네가 잡고 있는 사다리에 몸을 맡기고

밧줄 한 줄에 몸을 지탱해



위로 더 위로 아슬아슬해도 올라가

어디까지가 끝일까

끊어질러는 밧줄에

낡아진 사다리의 흔들림에

두 다리가 부들거리고

두 손에 힘이 빠져



아래로 아래로 더 아래로

떨어지기 전에 내 두 발이 안착할

바닥으로 아래로

떨어지거나 떨어지지 않았거나

크게 다쳤거나 정신을 잃었거나

무거워진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힘겹게 고개를 들어 앉아 있는 이 곳에



더 높아진 위를 보다가

낮아진 아래를 보다가

그제서야 좌우로 시선을 돌려 보는 이

더더더 인간

매거진의 이전글 하얀 종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