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두 번째

02

by 이그림


비가 추적추적

말 그대로 추적추적이다

우산을 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난 머리 날리는 게 싫어

벚꽃이 활짝 핀 우산을 폈다.

그렇게 걷고 걷고.

낯선 곳이 익숙한 곳인 양

그렇게 걷고 걷고.

바람이 꽤 차다.

그렇다고 옷을 여미지는 않는다.

걷다 보니 낯익은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본 봄직한 건물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미술관.


난 왜 미술관을 떠도는 것일까.




나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있는 기분이란.

무리 속에 섞여 그렇게 길을 걷고
버스를 타고 꽃들을 보고.

나는 저들이 보이는데 저들 눈에도 내가 비칠까.


혼자란 하염없이 쓸쓸하기만 하다.

철철 흘러넘치는 인파 속에 있어도 혼자는 혼자다.

나는 낯선 이고 그들 눈엔 보이지 않는다.


여긴 그들에겐 일상인 공간이고

나는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에 와있다.


환상 속인 걸까.



여긴.

환상도 아닌 현실도 아닌

그 저 낯선 곳.


오랜만에 느끼는 낯섦.


한국이 아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산속에 자리한 고풍스러운 절

한가로운 시골길 도심 속 미술관이 시시해진 이유를.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라곤

섦, 막연함과 자유로움.


그리고 환상이 일어나길 바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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