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리학자 쉐드 헴스테더(Shad Helmstetter)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 평균 5~6만 가지의 생각을 하며, 이 중 15%는 긍정적인 생각, 85%는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즉, 하루의 대부분을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보내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생각이 지속되면 우울감, 번아웃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2019년 WHO(세계보건기구)는 번아웃 증후군을 ‘만성 직장 스트레스’로 규정하면서 관리가 필요한 직업 관련 증상 중 하나로 인정하기도 했다.
조직은 직원의 부정적인 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업무 성과 저하, 퇴사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부정적인 정서는 다른 직원들에게 전염될 수 있다. 사람은 주변 사람의 표정, 말투, 목소리, 자세를 무의식적으로 모방하고 감정적으로 동화하는 경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앱에 평소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지 못했던 부정적인 감정을 손쉽게 표출할 수 있다. 직원이 작성한 게시글 하나에 공들여 쌓은 기업 평판이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구성원의 부정적인 정서는 조직 안팎으로 영향을 미치며, 개인의 문제가 아닌 조직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문제로 부상했다.
Ask
구성원의 마음 상태에 대해 질문하기.
미국 유비쿼티 은퇴+저축 은행(Ubiquity Retirement + Savings)의 직원들은 매일 퇴근할 때 로비에서 버튼 하나를 누른다. 퇴근 시간을 기록하는 걸까? 아니다. 오늘 하루 자신들의 감정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날 기분이 좋았다면 웃는 얼굴 버튼, 별로였다면 찌푸린 얼굴 버튼 등 다섯가지 버튼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유비쿼티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가지고 직원들의 동기부여 요소를 파악하고 있다.
Benefit
마음 관리를 위한 복지를 제공하기.
여기서 베네핏이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금전적인 보상이나 복리후생이 아니다. 명상, 심리상담 등 구성원의 멘탈과 관련된 복지이다. 미국 CRM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닷컴의 본사 건물에는 층마다 명상실이 있다. 명상실에 들어갈 때 스마트폰은 별도 보관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어서 직원들은 온전히 명상에 집중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명상 어플 ‘헤드스페이스’를 통해 직원들이 명상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조용히 마음을 비워내는 명상과 달리, 일본 기업 마쓰시타는 큰 소리로 화풀이할 수 있는 방을 만들었다. 일을 하다가 화가 날 때면, 화풀이 방에 들어가 사람 모양의 샌드백을 향해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과 발로 때릴 수 있다. 화풀이 방을 이용한 직원들의 표정을 관찰해본 결과, 85% 이상이 방에 들어가기 전보다 후에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고 한다.
Communication
구성원 간 정서적 소통을 장려하기.
동료의 친절한 말 한마디, 생일을 잊지 않고 챙겨주는 작은 정성이 팍팍해지기 쉬운 직장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 및 협업 플랫폼 기업 깃랩은 설립때부터 100% 원격근무를 도입하여 운영 중이다. 깃랩은 구성원의 정서관리를 위해 원격 잡담 시간을 운영한다. 직원들은 챗봇이 무작위로 선정해 준 동료와 매일 30분간 의무적으로 대화를 해야 하고, 구글 행아웃에는 랜덤 룸이 있어서 언제든 들러서 수다를 떨 수 있다.
Digital-detox
디지털 기기로 부터 해방돼 푹 쉴 수 있도록 휴식을 보장하기.
인터넷, 이메일, 메신저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업무 외 시간에도 스마트폰이나 PC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휴가 중에도 업무 관련 연락이 오진 않을 지 수시로 확인한다. 독일의 자동차 회사 다임러는 휴가자에게 메일이 발송되지 않는 메일 온 홀리데이(mail on holiday)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휴가 중인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면, “저는 휴가 중이어서 당신의 메일을 읽을 수 없습니다. 당신의 이메일은 삭제될 것이며,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동료, 제임스에게 연락해주세요. 그렇지 않다면 제가 사무실로 돌아온 다음 메일을 다시 보내주십시오.”라는 회신을 받게 된다. 이 시스템의 사용 여부는 직원이 선택할 수 있고, 회사는 누가 사용하는지 기록하지 않는다.
자. 정리해 보자.
그동안 많은 조직들이 구성원의 정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감정 상태는 개인의 문제이고, 직장에서는 이성적으로 업무에 몰입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 긍정적인 상태일 때 업무에 몰입하는 시간이 증가하는 반면, 부정적인 상태일 때는 일에 대한 집중력, 판단력 등이 저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성원의 정서관리에 신경 쓰는 기업의 사례를 A(Ask), B(Benefit), C(Communication), D(Digital-detox)로 정리하여 소개해드렸다. 오늘 배운 ABCD를 활용하여 직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성과를 높이는 조직으로 거듭나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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