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조직의 개념과 실험 방식 (RAT, MVP, MLP, A/B테스트)
※ '실험조직' 브런치는 IGM PRISM에 게시된 글로, 총 2편의 시리즈입니다.
기업이 실험하지 않는 날은, 곧 돈을 잃는 하루
빅테크,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으로 여겨졌던 ‘실험’의 장벽이 허물어졌다. IT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 곳곳에 데이터가 쌓이고 있고, 노코드·로우코드, 생성형 AI 덕분에 비개발 부서(기획, 마케팅, 영업 등)도 데이터를 전보다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실험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경쟁의 속도가 훨씬 더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미 민첩한 대기업과 선도 기업은 작고 빠르게 가설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학습하는 ‘실험 조직’으로 변모하고 있다. 반면 여전히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Never Fail)’며 돌다리만 두드리는 기업은, ‘절대 승리할 수 없는(Never win)’ 조직으로 밀려나고 있다. 실험 경제학의 대가로 불리는 존 리스트 시카고대 교수는 “기업이 실험하지 않는 날은, 곧 돈을 잃는 하루”라고 경고한다. 매일 기회비용을 지불하며 스스로를 도태시키지 않으려면 어서 ‘실험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 앞서가는 실험 조직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실험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실험이란 아이디어에 대한 가설(hypothesis)을 세우고, 작고 빠르게 테스트(Test)하여, 그 결과를 학습(Learning)하는 과정이다. 가설이 틀리더라도 괜찮다. 테스트를 통해 얻은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다음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25년간 실리콘밸리 기업을 연구한 하버드경영대학원 스테판 톰키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은 모두 실험 조직(Experimentation organization)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말한다. 일례로, 구글에서는 한 해에만 1만 건이 넘는 실험이 실시될 정도다. 또한,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일하는 방식인 린스타트업(Lean startup)도 실험이 핵심 개념이다.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이 주로 활용하는 실험 방식으로는 RAT, MVP, MLP, A/B 테스트 등이 있다. 각 방식의 특징과 사례를 살펴보자.
이름 그대로 ‘가장 위험한 가정’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제품·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전,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RAT는 아이디어가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핵심 전제조건’을 선별하고, 이를 최소 비용으로 실험하는 것이다. RAT의 초점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이 아이디어가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타당한가’를 확인하는 데 있다.
클라우드 기반 파일 저장 및 공유 서비스 기업 드롭박스의 ‘제품 소개 영상’은 RAT의 대표적인 사례다. 드롭박스는 제품 개발에 착수하기 전 ‘사람들이 로컬 저장이 아닌 클라우드 방식의 파일 동기화 개념을 이해하고 신뢰할 것인지’ 우선 검증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실제 제품은 없었지만, 3분 미만의 제품 소개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그 결과, 수만 명이 베타 서비스 대기자로 등록했다. 이로써 드롭박스는 개발에 자원과 시간을 들이기 전 ‘핵심 전제조건’을 성공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보다, 핵심만을 구현한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시장 반응을 빠르게 검증하는 방식이다. 두 방법 모두 개발 단계부터 빠르게 시장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초점이 다르다. MVP는 최소 단위의 ‘핵심 기능’을 구현하여 이 기능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시장 수요가 있는지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둔다. 반면 MLP는 최소 단위의 ‘매력적인 경험’을 제공하여 고객이 이 제품·서비스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계속 사용하고 싶은지를 확인한다.
MVP의 대표적인 사례는 차량 호출 플랫폼 우버의 베타 버전 앱이다. 우버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차량 호출 서비스’가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우버캡(UberCap)이라는 베타 버전 앱을 출시했다. 이 앱은 차량 호출과 결제 기능만 제공했으며, 서비스 지역은 샌프란시스코로 한정됐다. 우버는 이 베타 버전을 통해 서비스의 실현가능성을 입증했고, 그 결과 125만 달러의 초기 투자금을 유치했다. MLP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생산성 플랫폼 노션의 초기 제품이 있다. 노션은 문서 작성·관리 같은 핵심 기능 구현을 넘어, 사용자가 ‘나만의 작업 공간을 꾸미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초기 제품을 선보였다. 이 경험에 만족한 초기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템플릿을 제작·공유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노션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
제품·서비스의 두 가지(또는 그 이상의) 버전을 실제 사용자에게 노출해, 어떤 버전이 더 효과적인지 검증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웹사이트의 문구, 색상, 폰트 등을 달리해 클릭률이 더 높은 버전을 찾아내는 식이다. 여행 플랫폼 익스피디아그룹 CEO 마크 오커스트롬은 “우리는 매순간 수백만 명의 방문자를 대상으로 수백 건의 실험을 동시에 진행한다. 덕분에 고객이 뭘 원하는지 더 이상 추측할 필요가 없다”며 실험의 효과를 강조한다.
넷플릭스 몰아보기를 더 편리하게 만든 핵심 기능 ‘Skip intro’도 A/B 테스트를 통해 탄생했다. 넷플릭스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용자들이 콘텐츠 시작 후 처음 5분 이내에 재생바를 조작해 인트로를 건너뛰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인트로 구간을 한 번에 건너뛸 수 있는 새로운 버튼을 구상했다. 버튼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 Jump Past Credits, Skip Credits, Jump Ahead, Skip Intro, Skip 등 여러 후보가 논의됐다. 주목할 점은 무엇이 좋을지 내부 회의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미국, 영국, 캐나다의 250개 시리즈에 테스트를 진행했고, 실제 사용자의 반응이 가장 좋은 것으로 결정했다. A/B 테스트가 작은 개선 활동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소해 보이는 UI/UX 변화가 얼마나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가 증명한다. 마이크로소프트 검색엔진 빙의 한 직원이 광고 헤드라인 노출 방식을 바꾸자는 제안을 했다. A/B 테스트 결과는 놀라웠다. 헤드라인만 바꿨을 뿐인데 매출이 12%나 증가한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만 1억 달러 이상의 추가 수익을 창출했다. 이 실험은 빙 역사상 가장 높을 수익을 낸 아이디어로 평가받는다.
※ 실험조직이 되는 법은 다음 게시글(2/2)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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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퓨처 레디 마인드: 원하는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6가지 법칙, 2025, Frederik G. Pferdt
실리콘밸리의 실험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가 찾은 최고 기업들의 혁신 비결, 2023, Stefan H. Thomke
모든 것이 달라지는 순간: 세계 최고 혁신 전문가 리타 맥그래스가 발견한 변곡점의 시그널, 2021, Rita McGrath
7가지 코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빅테크 PM은 이렇게 일한다, 2022, Neel Mehta
실험의 힘: 데이터 홍수의 세계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법, 2021, Michael LucaMax H. Bazerman
Derisking corporate business launches: Five steps to overcome the most common pitfalls, October 2020, Mckinsey
기업이 현장 실험 안하면 돈 잃는다, November 2023, 조선일보 Weekly Biz
실험이 일상인 조직문화 만들려면?, March-April 2020, Harvard Business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