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식열전 (6) 치킨 티카

by 이그나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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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티카 마살라와는 다른 음식이다. 치킨 티카 마살라는 영국식 치킨커리로 인도보다는 영국에서 더 즐겨먹는 영국인들의 컴포트 푸드이다. 하지만 내가 오늘 만든 치킨 티카는 인도식 치킨 케밥이다. 실제로 치킨 카밥(케밥)이라고 표시하는 식당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치킨 티카는 중앙아시아나 이란, 터키의 치킨 케밥과는 비슷하면서도 약간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같다. 거대한 쇠꼬챙이에 마리네이드한 닭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굽는다는 점에서 터키의 쉬시 케밥과 거의 흡사한 음식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런 종류의 요리는 유라시아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적당히 양념한) 고기를 쇠꼬챙이에 듬성듬성 끼워서 구운 후 야채와 빵, 밥과 같이 먹는 요리 말이다. 그리스의 기로스, 터키의 케밥, 러시아와 우즈벡의 샤슬릭, 아랍의 샤와르마, 이란과 인도의 카밥, 아프간의 말라이 보티, 위구르의 양꼬치에 이르기까지…


생각해보면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바다가 없이 지리적으로 죽 연결된 이 유라시아 지역은 인류의 역사 내내 다양한 민족이 교류하고 전쟁하며 살아가던 다이나믹한 지역이었다. 유라시아의 한쪽 끝에 일어난 세력이 불과 몇십년만에 유럽의 코앞까지 다다라 노략질을 하고 다니는 경우를 역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대의 훈족, 아바르족, 중세의 셀주크 튀르크 제국과 몽골제국, 근세의 티무르 제국과 러시아 제국에 이르기까지. 당연히 이러한 정복왕조의 활동에는 상인들의 교류와 문화접변이 뒤따랐다.


특히 인도는 동서 문명의 교차점으로서 카이바르 고개를 통해 넘어온 유목민 계통의 정복왕조와 바다를 통해 들어온 유럽세력, 그리고 인도 현지의 세력이 삼중주를 이루면서 복잡한 역사와 문화를 만들었다. 당장 가장 최근의 역사만 보아도 티무르 제국의 후예인 바부르가 세운 정복왕조가 인도 최후의 통일왕조(남부를 제외한) 무굴제국이었다. 실제로 다큐멘터리 같은 컨텐츠를 통해 ‘무굴식’ 요리를 보면 중앙아시아의 요리 느낌이 상당히 많이 난다.


그래서 왠지 중앙아시아, 터키, 이란, 인도 요리는 뭔가 알 듯 모를 듯한 기시감과 공통점이 느껴진다. 오늘 내가 해먹은 케밥도 그렇고, 볶음밥 대신에 밥을 기름진 고기와 함께 쪄서 먹는 쁠롭-비리야니 계열의 밥 요리, 그리고 마살라와 요거트 풍미에 이르기까지.


사실 한국에서는 네팔-북인도 계통의 탄두리 치킨이 인도의 대표 음식처럼 소개되었지만, 인도 여행 프로 따위를 본다면 내가 오늘 해먹은 치킨 티카(카밥) 역시 인도 현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요리이다. 우리나라 인도 레스토랑의 메뉴판에도 잘 뒤져보면 ‘말라이 티카’와 같은 메뉴를 볼 수 있는데, 아마 비슷한 요리일 것 같다.


사실 치킨 티카는 굳이 탄두리가 없어도 해먹을 수 있는 아주 간편한 요리이기도 하다. 만드는 방법은 크게 복잡하지 않다. 닭고기를 큼직큼직하게 썰어 볼에 담은 후에 요거트, 커리파우더(강황, 터머릭, 페뉴그릭 등 함유), 가람마살라, 소금, 후추, 생강, 고춧가루, 레몬즙 등을 넣고 잘 버무린다. 그리고 나서 랩으로 잘 싸서 냉장고에 4시간 이상 숙성한다. 그리고 나서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 먹으면 된다. 물론 베스트는 꼬치에 끼운 후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는 것이겠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비슷하게 재현은 가능하다.


이 요리법은 굉장히 큰 장점이 있는데 바로 양파와 토마토를 팔아프게 볶아 커리 페이스트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커리 계통의 요리들이 가진 큰 단점이 야채를 볶는 일이다. 심지어 일본식 카레의 경우에도 요리시간을 따져보면 야채를 껍질을 벗겨서 썰고, 볶는 과정이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린다. 하지만 이 과정을 또 생략하면 맛이 붕 뜨고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인지 현지의 인도인들은 아예 야채를 갈아서 넣는 경우도 많고, 또 인도의 식품업체에서는 야채와 커리를 공장에서 볶아 레토르트 포장한 커리 페이스트 형태를 판매하기도 한다. 커리를 해보면 왜 인도식 레토르트 커리는 완제품이 아닌 이런 페이스트 형태인지 쉽게 이해가 된다. 사실 고기를 준비하고 물과 같이 끓이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킨 티카는 이 야채를 볶는 과정이 없고 마리네이드한 고기를 바로 굽기만 하면 된다. 편의성에 있어서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게다가 밥이나 난, 빵과 같이 먹으면 포만감과 만족감에 있어서는 커리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참 고마운 음식이다.


맛은 말할 필요가 없다. 쉽게 말해서 커리맛 순살 오븐치킨이다. 우선 닭고기의 육향과 풍미를 듬뿍 느낄 수 있다. 거기다가 닭고기의 텁텁함과 느끼함을 요거트가 완벽히 잡아주고 커리와 가람마살라 등의 향신료가 입안 가득 향기로운 풍미를 선사한다. 중독성은 있지만 맛의 구조 자체는 단순한 양념치킨보다 훨씬 맛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하지만 이 은혜로운 치킨 티카는 점점 먹기 어려운 음식이 되어간다. 예전에 내가 로스쿨에 다니던 2018년에서 2020년 사이에는 냉장 국내산 닭정육이 아주 저렴한 식재료였다. 하지만 코로나를 전후로 한 미친듯한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닭고기 가격은 하늘을 찌르게 되었고, 이제 냉장 국내산 닭정육은 상당히 고급 식재료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대체재로 선택한 것이 브라질 냉동 닭정육인데 이것은 2킬로그램 단위로 팔아서 소분하기가 상당히 귀찮다. 못할 것은 또 없지만… 게다가 이마저도 2025년 발생한 브라질의 조류독감 사태로 인해 일제히 가격이 올라버렸다.


이제는 현실적으로 순살 정육을 쓰긴 어려워졌고, 닭도리탕 용도로 파는 커팅한 뼈가 붙은 닭이나 가슴살이 포함된 순살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거트와 커리가 닭가슴살의 퍽퍽함을 상당부분 잡아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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