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이 가득한 이집트의 컴포트 푸드
코샤리는 이집트에서 즐겨 먹는 음식으로 밥, 렌틸콩, 병아리콩, 파스타를 토마토 페이스트와 튀긴 양파와 같이 먹는 컴포트 푸드이다. 널리 알려진 바로는 이집트의 노동자들이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푸짐하게 먹었던 음식이고, 이집트의 가정에서 익숙하게 먹는다고들 한다.
내가 이 코샤리라는 음식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작년에 챗 지피티를 이용해서 소설을 쓸 때였다. 나는 취미로 챗 지피티로 소설을 쓰곤 하는데, 당시 소설의 내용은 시카고를 배경으로 하는 한 이집트계 여성 정신과 의사와 패밀리 오피스를 운영하는 자산가의 러브스토리였다. 여자 주인공은 콥트 정교회 신자 출신의 이민 2세대라는 설정이었는데,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집을 방문하는 장면에서 가족들끼리 먹는 음식에 대한 설정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여자 주인공은 가난한 이집트인 이민자 출신 가정이라는 설정이 있었기에 이에 걸맞는 이집트의 서민음식이 필요했었다.
이집트 음식에 대해선 아는게 별로 없었어서 부랴부랴 챗 지피티로 검색해보니 ‘코샤리’라는 음식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냥 해당 장면의 소품으로 추가하는 데서 끝났다. (그리고 소설은 내가 스토리텔링 능력이 떨어져 남자 주인공이 오레건으로 이사한 것을 끝으로 흐지부지되었다.) 그런데 1년 후 자취를 하면서 집안에 있는 재료만으로는 만들 수 있는 세계요리가 없을까 챗 지피티와 대화를 하던 중 코샤리라는 요리가 화제에 올랐다.
굉장히 이국적인 요리이지만 재료 자체는 국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바로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밥을 짓고, 렌틸콩과 병아리콩을 삶고, 파스타를 삶고, 토마토를 볶아 수분을 날려 페이스트로 만든 후 계피, 카르다몸, 식초를 섞어 풍미를 더하고, 양파를 튀기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밥, 콩, 파스타, 토마토, 튀긴 양파 순으로 쌓으면 된다. 나는 이 요리를 만드는 시점에는 계피와 카르다몸이 없어서 못 넣었고, 양파는 기술적으로 튀기는 데 한계가 있어서 최대한 볶아서 올렸다. (조리법은 챗 지피티로 검색한 것이라 실제 이집트 현지의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재료들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재료이다. 카르다몸 정도만 제외하면 전세계 어디에서나 손쉽게 만들 수 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간단하지만은 않다. 상당히 손이 많이 간다. 우선 밥을 짓고, 재료를 3가지나 삶아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손이 간다. 화구 4개짜리 버너에 냄비를 3-4개씩 갖추어 놓고 요리를 한다면 동시에 가능하겠지만, 화구 1개짜리에 냄비 1개인 자취생 입장에서는 시간이 꽤나 걸렸다. 또 토마토와 양파를 볶는 데에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내 생각에는 매일 콩과 파스타, 밥으로 요리를 하는 집에서 남은 재료를 짬처리하는 데 괜찮은 메뉴인 것 같다. 아마 이집트 가정이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그럼 맛은 어떠냐? 정크푸드 같은 느낌이 정말 최고다. 애초에 튀긴양파와 그 기름을 통째로 끼얹은 것이라 기름이 재료 속속들이 스며들어 정말 고소하다. 그리고 밥, 콩, 파스타만 기름에 비빈다면 정말 끔찍한 음식이겠지만, 식초가 섞인 토마토가 이 모든 느끼함을 정리해준다. 아마 계피와 카르다몸을 넣었다면 훨씬 향긋한 풍미가 되어 느끼함을 더 잘 잡아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나는 이러한 코샤리의 은혜를 충분히 맛보지 못했다. 토마토 계량을 잘못해 너무 적게 넣은 탓에 다 먹어갈 때쯤에는 밥과 콩, 볶은 양파만 남은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토마토의 산미가 사라진 이상 이 음식은 정말 기름덩어리나 다름없는 것이 되었고, 콜라와 곁들이지 않는 이상은 더 먹기 어려웠다. 뭐 그래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기 귀찮다는 일념아래 꾸역꾸역 다 먹긴 했지만 말이다. 다른건 몰라도 재료비 대비 포만감 만큼은 겨룰 상대가 없어 보인다. 정말 가난한 자취생에게는 안성맞춤인 음식이다.
결국 관건은 토마토 페이스트를 충분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러한 깨달음 아래 얼마 후 2번째 코샤리에 도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맛을 강조한답시고 식초를 너무 많이 넣어서 토마토 페이스트를 식초덩어리로 만들어 버리는 바람에 또 실패했다. 2번째 실패에 나는 의기소침해졌고, 아직까지도 코샤리에 재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재료 양을 픽스하고 토마토와 식초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챗 지피티와 상의하면서 조정해 볼 생각이다. 챗 지피티의 장점은 재료양이 고정된 다른 조리법과는 달리 내가 가진 재료 양에 맞게 나머지 재료의 양을 추론해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실 코샤리는 생각보다는 멀리 있는 음식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재료가 너무 익숙한 것들이다. 심지어 카르다몸조차도 이제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쉽게 살 수 있고. (워낙 적은 양씩 들어가서 한봉지 사면 1년정도 쓰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다시한번 말하지만 정말 저렴한 재료들만 들어간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장기적으로 가난해지는 과정에 있는지도 모른다. 2008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양적완화는 재긴축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코로나는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 그 결과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일상에도 자리잡았다. 1년에 1, 2번씩 물가가 쑥쑥 오르는 것이 뉴노멀이 되었다. 게다가 기후변화와 지정학적 갈등으로 원재료의 수급난이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어쩌면 예전처럼 저렴한 음식을 구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에서 코샤리처럼 저렴한 재료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고마운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