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이 잦아질 때까지 오르련다.
달도 없는 날에
구름이라도 잔뜩 끼어
별도 없는 새벽이면
길은 다가갈수록 알 것 같고
또 다가갈수록 모를 것 같다.
갈라졌는가 싶으면 다시 모이고
모인 길은 다시 갈림길이 되어
하얀 옷이라도 입은 사람을 만나면 모골이 송연할 길을
반은 눈을 감은 채 몽유하니
내 기꺼이 오르는 이유는
어스름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때문이다.
편안하여 넓적한 바위라도 만날라치면
언제나 내 그 자리에 앉아
못다 이룬 새벽꿈을 이어 보리라.
그러면 산길은 더욱 꿈길이 되어
나에게 더할 수 없는 안락을 주나니
아직도 어스름은 등산객을 주저하고
내 새벽길 산 오름은
내 안락을 위하여
이렇게 시작된 것임에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나의 의식은
밝음을 기다리면서도 어둠을 붙잡고자 한다.
그러나 이제 내려가리라.
밝음이 완연할 때까지 산길을 내려
내일은 다른 길을 걸으리라.
내일은 또 다른 길을 찾으리라.
(2004년 10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