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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종규 Aug 26. 2016

새벽 등산

어스름이 잦아질 때까지 오르련다.


달도 없는 날에

구름이라도 잔뜩 끼어

별도 없는 새벽이면


길은 다가갈수록 알 것 같고

또 다가갈수록 모를 것 같다.

갈라졌는가 싶으면 다시 모이고

모인 길은 다시 갈림길이 되어


하얀 옷이라도 입은 사람을 만나면 모골이 송연할 길을

반은 눈을 감은 채 몽유하니

내 기꺼이 오르는 이유는

어스름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때문이다.


편안하여 넓적한 바위라도 만날라치면

언제나 내 그 자리에 앉아

못다 이룬 새벽꿈을 이어 보리라.


그러면 산길은 더욱 꿈길이 되어

나에게 더할 수 없는 안락을 주나니


아직도 어스름은 등산객을 주저하고

내 새벽길 산 오름은

내 안락을 위하여

이렇게 시작된 것임에

잦아들기를 기다리는 나의 의식은

밝음을 기다리면서도 어둠을 붙잡고자 한다.


그러나 이제 내려가리라.

밝음이 완연할 때까지 산길을 내려

내일은 다른 길을 걸으리라.

내일은 또 다른 길을 찾으리라.


(2004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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