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의 끝, 다시 제자리에서

2025년 10월 10일(금)

by 달빛라디오

추석 연휴가 끝난 금요일 아침, 서울의 공기는 아직 명절의 여운을 품고 있었다. 매일 출근하는 수도권순환도로 위엔 평소보다 차가 적었고, 출근길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고향 이야기와 귀경길 소식이 흘러나왔다. 대부분의 회사는 오늘을 징검다리 휴일로 쉬고 있지만, 나는 오늘도 출근길에 섰다. 마음 한켠으로는 쉼의 유혹이 있었지만, 머릿속은 이미 일터로 향하고 있었다.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물공장은 그야말로 ‘멈출 수 없는 곳’이다. 인원의 절반만 출근했음에도, 각자의 발걸음엔 묵직한 책임감이 묻어 있었다. 새벽부터 내리던 가을비가 여전히 잦아들지 않아, 현장은 평소보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비가 많이 오면 정수 시설이나 전력 설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오늘도 현장 점검은 하루의 첫 일과다. 안전화를 신고 현장을 돌며 펌프의 진동과 배관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다. 다행히 이상이 없다. 물의 흐름도, 기계의 리듬도 평소와 같다. 그 단조로움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29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 일을 해왔다. ‘전문가’라 불리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지만, 그 시간들이 내 손끝과 눈빛을 단련시켜 주었다. 이제는 작은 소음 하나, 기계의 떨림 하나에도 그 속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도, 일도, 세월도 그렇게 눈에 익어간다.


사무실로 돌아와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러분 덕분에 명절 잘 보냈습니다.”


서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그 한마디에는 수많은 마음이 담겨 있다. 명절에도, 휴일에도 자리를 지켜주는 이들이 있기에, 세상의 물길이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이곳의 질서이고, 우리의 사명이다.

이따금 생각한다. ‘쉬는 날에도 출근하는 내 모습이 때론 고집스러워 보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 일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시설 하나하나를 점검하며, 마치 오래된 친구의 건강을 확인하듯 살핀다. 그 안에 내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 있으니까.


비는 여전히 잔잔히 내리고 있다. 유리창 너머 흐릿한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올해도, 그리고 내년에도, 무탈하게 이 시간들이 이어지기를.
가끔은 이렇게 평범하게,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일이 가장 큰 감사의 이유가 된다.


오늘도 물은 흐른다. 세상은 그렇게, 아무 일 없는 듯 흘러가며 나와 우리를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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