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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Dec 26. 2017

세한도(歲寒圖)

세한도(歲寒圖)

                                                                       김한빈

  


내 마음속 눈을 이고 있던

잣가지 부러질 때 홀연히 떠나련다.


바다 한가운데 외로운 섬 탐라

소나무 비스듬히 누운 집을 찾아

가시 돋힌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치련다.


"며칠 폭설이 내려 백록담 인적 끊어지고, 

아내의 부음을 받은 어젯밤, 

눈을 이고 있던 잣가지 부러지는 소리, 

화로를 안고 책장 넘기는 손이 곱네[凍].


마른 붓을 들어 '세한도(歲寒圖)'*를 그리니, 

고목이 된 소나무 비스듬히 집에 기대어 있네. 

우선(蕅船), 보게나. 날씨가 차가워진 뒤에 

소나무 잣나무가 아직 시들지 않았구나.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


나는 완당노인을 찾아 천리를 가니

주인은 소식(蘇軾)을 만나러 만리를 갔네.


빈집에 홀로 남아

눈밭에 말 없이 서 있는 

소나무 잣나무 붙들고 울다

가시 돋힌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치련다.




주) '세한도(歲寒圖)'는 송(宋)나라 소동파(蘇東坡)가 그린 언송도(偃松圖: 누운 소나무)*와 관련있다고 한다. "~" 부분은 추사의 내적 독백이다.




<문학도시>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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