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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 6 - 꼬리가 남았다

by 김한빈

선(禪) 6 - 꼬리가 남았다

김한빈


밤길 밝히던 등불을 끄니

비로소 길이 보인다


잃어버린 소 잔등에 올라 피리를 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주인이 된다


비로소 세상이 보인다


저 강을 건느면 복사꽃 핀 언덕이라도

부처 혼자 살 수 있나


쇠창살을 젖히고 소 몸통은 나왔으나

아직 꼬리가 남았다


밥 한 그릇 먹고 깨달음 얻은 곳

밥 한 그릇만큼 그 소식 알릴 곳



<문장 21> 2017 겨울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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