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김한빈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임용 사태로 가열된 찬반 논쟁이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검토를 다시 야기하고 있다. 정의는 개인 간의 올바른 도의,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로서 사회 제도가 추구해야 할 가장 핵심적인 덕목이다.
정의의 의미는 다양하게 정의되어 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회 전체의 위계질서를 강조하면서 국가 법률의 준수와 국가 질서에 대한 순응이 정의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로마인 울피아누스(D. Ulpinus)는 정의란 ‘각자에게 자신의 몫을 돌려주려는 항구적 의지’라고 설명하면서, 정의의 법적 의미 이외에 재화의 분배와 관련된 의미를 강조하였다. 사회적 기본 재화는 인간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러한 재화를 좀 더 많이 소유하기를 원하지만, 재화는 유한하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나 분쟁이 발생한다. 이때 정의는 ‘각자의 몫’이 얼마인가를 결정하는 분배 기준이 된다.
정의의 원칙은 크게 공적(功績, merit) 원칙과 필요(need) 원칙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적 원칙은 개인의 노력에 의한 공적에 비례하여 정당한 보상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이 정의라는 것이다. 필요 원칙은 정의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필요 원칙은 인간이 생을 유지하는 데 의식주는 기본적으로 필수적인 조건이며 이것을 제공하는 것이 사회정의라는 인식에 기초해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 제9장 경제 제 119조는 이러한 상반된 두 가지 정의의 원칙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먼저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이고, 2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이다. 앞의 1항은 자유 시장경제 제도를 천명한 것이고, 뒤의 2항은 ‘경제 민주화’ 조항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현장에서 조국 후보자는 사상 전향 여부에 대한 질의에 답할 때, 자신은 헌법을 준수하며 자유 민주주의 체제와 사회주의는 공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 민주화’ 조항이 사회주의와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 속 급격한 경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계층 간 분배 불평등과 지역 불균등을 해소하기 위해 1987년 9차 헌법 개정에서 ‘경제 민주화’ 조항을 신설한 것은 119조 1항을 보완하여 진정한 의미의 선진 복지사회를 구현하려는 헌법 정신의 발로였다. 한편, 기존의 사회주의 개념은 생산 수단의 공유와 평등한 분배를 의미한다. 조국 당시 후보자는 유럽 사회주의를 염두에 두고, 사회주의에 대한 광의의 현대적 해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를 일부 학자는 사회민주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야흐로 우리 사회는 새로운 이념 논쟁에 들어섰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와 사회주의의 공존을 정치 경제적 이념으로 내세우는 입장과 이를 반대하는 입장과의 차이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기본으로 하되 ‘경제 민주화’ 조항을 통해 이를 보완하려는 입장에 선 일반 국민적 법 감정은 119조 1항보다 2항의 ‘경제 민주화’ 조항에 더 비중을 두고 이를 바로 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 입장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의의 공적 원칙이 우선하되 필요 원칙으로 보완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입장이 사회적 합의이기 때문이다.
국내 총생산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대에 진입한 한국 경제는 경제 발전과 복지사회 구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추구하며 국내외 산적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중에서도 국민 다수는 우리 사회의 ‘정치 개혁’이 가장 시급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정치권을 우려한다. 국민들이 염려하기 전에 먼저 염려하고, 국민들이 즐거워한 뒤에 비로소 즐기는 '선우후락(先憂後樂)'의 정신이 절실하다. (주, ‘정의’에 관한 부산대 논술지문 참조)
<오륙도 신문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