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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버스 Oct 17. 2022

10화 - 비판에 대처하는 마음

그..그만 !! 알겠다고 !!




“ 여보 ! 내 글 좀 봐줄래? ”




휴대폰으로 넷플릭스를 보고 있던 신랑이 귀찮은 듯 정지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 아... 귀찮은데... ”




찌릿




“ 아 알겠어! 알겠다고 ”




금방 읽어 내려갈 줄 알았던 스크롤이 한참을 멈춰있기를 여러 번.




다 읽고 난 뒤 화면이 꺼지기도 전에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뭘 얘기하는지도 모르겠고 누가 얘기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




예상보다 거센 지적에 얼굴이 벌게졌다.


그저 짧은 글 한 편의 감상에 불과할 뿐인데 내 안의 자존심이라는 감정이 붉으락푸르락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아니. 어디가 이해가 안 된다는 거야? ”


언성이 높아지려는 걸 꾹 참고 다시 물어봤다.




(당신이 책을 얼마나 읽었다고. 네 이해력이 딸리는 거 아냐?)


속에서는 비판을 그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핑계를 대며 말이다.




“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머릿속에 그려지지도 않고 그냥 전부 다 이해가 안 돼 ”




“ 하... ~~~어쩌고저쩌고 ~~~. 이런 내용이잖아 ! ”




“ 아니 ~ 그럴 거면 아예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시작해야지 ! 뭘 말하려는지는 알겠는데 너무 모호해. 재미도 없고 ”




신랄한 비판이 이어지자 붉으락푸르락하던 자존심이 뻥 하고 터져버리고 말았다.




“ 아 됐어! 알았으니까 그만하라고 ! "




"그럴 거면 읽어보라고 하지를 말던가? ”




“ 어 안해안해. 재미없는 글 다시는 읽어보라고 안 할게. 됐지? 소질 없는 글쓰기도 이제 그만해야겠어 !! ”




찌질한 내 모습을 인식하면서도 자존심이 긁혀서 감정 제어가 되지 않았다.


내 손에서 나온 작은 글 한 편일 뿐이었다. 글이 안 써질 때도 있고, 잘 써질 때도 있고. 만족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을 뿐인데 나는 왜 그렇게 쿨하지 못했을까?




시간과 애정을 쏟아서 완성한 글 한 편이 조금 전 타인에 의해 재미없다는 딱지가 붙여지고 나니 내 글이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더 나아가서 내가 글 쓰는 행위 자체가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지더니 마지막에는 ‘ 그냥 나는 소질이 없나보다 글을 쓰지 말자...’ 결국 찌질한 종착역에 도착하게 된다.


찌질해진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 위해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내면의 감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쁜 거야?

‘ 지적해달라고 부탁한 거긴 하지만 너무 기분 나쁘게 말하잖아’


- 화를 내거나 욕을 하며 이야기를 했던 거야?

‘ 아니... 그건 아니지만. 조금 좋게 얘기할 수도 있는 거잖아.’


- 그럼 너는 그냥 칭찬만 듣고 싶은 거야?

‘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뭐. 칭찬이 좋기는 하지 ’


- 그럼 너는 칭찬받기 위해 글을 쓰는 거니?

‘ ...  ’


- 네가 글 쓰려고 하는 이유는 뭐야? 

‘  ...  ’



잔뜩 화가나 부풀어진 자존심을 관찰하다 보니 질문 한 개가 남게 되었다.


<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 걸까? >


답을 찾기 위해 거슬러 과거의 기억을 따라 걸어보았다.


초등학교 4~5학년쯤? 학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길이 좋았다.

작은 산책로를 지나고 놀이터를 지나며 색색깔로 물든 단풍잎을 쳐다보는 것도 좋았고 작은 흙길을 따라 마주하는 신기한 벌레들도 재미있었다. 바람 부는 날 낙엽들의 춤사위, 하늘의 뭉게구름, 단풍과 벌레 들을 바라보며 쓸쓸한 척 시를 쓰기도 하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뭘 바라고 하던 일들이 아녔다. 그냥 나는 쓸쓸한 분위기를 좋아하고 그런 감성들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였다.


뭘 바라거나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냥 혼자 만족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아도 되는 일기나 메모 정도로만 글을 써도 충분하지 않을까?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겠다 생각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실제로 나는 꽤 오랜 세월 동안 혼자 조용히 블로그에 감사일기를 쓰거나 가끔 엄마의 부탁으로 동네 문고에서 주최하는 글쓰기 행사가 있을 때나 글을 쓰곤 했었으니까.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걷고 싶어졌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 아 몰라! 그냥 나가서 걸을래 ’ 하는 날 말이다.

답답한 마음을 꾹꾹 눌러놓다가 뻥 터지는 날이면 운동화를 꺼내 신고 밖에 나가게 되곤 했었다.

그날도 그렇게 걷다가 나도 모르게 뎅~~~ 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마음속에 생각하나가 떠올랐었다.


‘ 그동안 겪었던 모든 힘든 것들이 언젠가 반대로 나처럼 힘들었을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겪어야 했던 일일 수도 있겠어. 끝까지 완수하지 못했던 학창 시절도, 꿈을 찾지 못하고 콜센터에서 로봇처럼 일해야 했던 것도, 쌍둥이 독박육아를 하며 5년 동안 고립되었던 것도, 늦은 나이에 꿈을 찾아서 시행착오를 겪어가는 것도. 그 모든 것에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어... ’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언젠가 도와주라고 하늘이 내게 준 축복일 수 있겠다는 것을 어느 날 문득 갑자기 걷다가 깨닫게 되었다.


그 뒤로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을 공유하며 성장해야겠다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가장 쉬운 글쓰기라는 방법을 선택했고 볼품없는 내가 언젠가 꼭 멋진 사람이 되어서 자퇴한 불량 학생도,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쌍둥이 독박육아로 사회에 나가는 것을 생각하기 어려운 사람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그게 내가 글을 쓰는 이유였다.


그제야 조금 전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


- 그럼 너는 칭찬받기 위해 글을 쓰는 거니?

- 네가 글 쓰려고 하는 이유는 뭐야? 


‘ 칭찬받기 위해서만 글 쓰는 것은 아니야. 내 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단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고 희망을 꿈꿀 수 있기를 바래. 그게 내가 글 쓰는 이유야. ’


- 그래? 그럼 꼭 칭찬만 받는 글 일 필요는 없겠네. 한 사람 이라도 용기를 받길 원하는 거잖아? 그럼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게 뭐야?

‘ 꿈을 찾고 시행착오를 거쳐 멋진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글쓰기 실력을 갖추는 것 ’


- 그래. 그렇다면 글쓰기 실력은 어떻게 높일 수 있는 걸까?

‘ 그야... 많이 읽어보고 써보고 실패하고 보완하며 늘어가는 거겠지 ’


- 축하해

‘ 응? ’


- 오늘 지적받은 만큼 글쓰기 실력이 늘어날 거니까. 미리 축하할게.









그랬다. 잠시 신랄한 비판에 ‘ 너 나 싫어하냐? ’ 욱하고 자존심이 건드려졌지만, 조용히 들여다보니 오히려 ‘ 와... 이렇게까지 효과적으로 비판해주다니 고마워 ’ 엎드려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였다. 나는 사람인지라 달콤한 말을 더 좋아하긴 했다. 달콤한 말은 깊은 안도감과 편안함을 가져온다. ‘ 역시. 나는 이렇게나 뛰어나다니까. 조금 쉬엄쉬엄해도 되겠어 ’처럼 말이다. 그렇게 주변을 달콤한 말들로 채워가면 편안하긴 하겠지만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시도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 지금도 충분한데 뭐’라고 생각하면서.


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것은 비판과 자극인 것 같다. 특히나 겉치레가 필요하지 않은 최대한 가깝고 나를 잘 아는 사람에게 받는 비판은 조금 마음이 쓰리긴 하겠다만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픈 건 아픈 거지만 아프니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비판을 자극으로, 아픔을 원동력으로 한계를 깨부수자.


목표를 정확하게 세우고 비판을 즐기다 보면 언젠가 다른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다음에 내 글이 신나게 까일 때 물론 또 아프겠지만.

오늘의 깨달음을 꼭 기억해서 조금은 쿨내가 났으면 좋겠다.



“ 후훗. 그래! 그 비판 받아들이지! 고마워”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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