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유준 May 19. 2022

0.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쓰는 이유

0.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쓰는 이유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그것은 자랑스럽거나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부끄럽거나 숨기고 싶은 비밀일 것이다. 사실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는 그런 비밀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꽃다운 20대에 급성 백혈병에 걸린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치료를 잘 받아 완치가 되었고 환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 병에 걸린 지 10년도 더 지나서야 이 비밀을 꺼내는 이유는, 아픈 기억을 꺼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병생활은 너무 고통스러웠고 그 기억을 더듬고, 가족에게 그 상황이 어땠는지 여쭈어보는 것은 나와 우리 가족의 아문 상처를 들추는 것 같았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러 완치 후에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나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투병 과정에서 나는 많은 것을 잃고 많은 것을 얻었으며, 많은 것을 깨달았고 많은 감정을 느꼈다. 또한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 글은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이 글은 현재 백혈병처럼 심각한 병에 걸려 절망에 빠졌지만 희망을 찾는 분들을 위한 이야기다. 요즘 우리 사회에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갑자기 중병이나 사고를 당해 아프거나, 학교나 회사생활이 마음대로 되지 않거나, 아니면 이유 없이 공황장애나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런 어둠 속에서 희망의 끈을 더듬더듬 찾아간다. 나도 한 때 그랬다. 차갑고 약냄새로 가득한 병실에 누워 천장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왜 신은 나에게 이런 시련을 내리셨는지 원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고 결국에 백혈병을 극복할 수 있었다. 다른 분들도 언젠가는 나처럼 잘 극복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썼다. 

 더 나아가 이 글은 환자의 보호자와 의료진을 위한 글이기도 하다. 글을 쓰며 부모님과 공여자인 동생의 당시 이야기를 통해 가족(보호자)의 헌신과 보호자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병원의 의료진도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의료진은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환자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치료의 주체와 객체의 마음이 같을 수 없다. 이 글을 통해 환자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이 어둠 속에서 희망의 끈을 찾는데 도움이 될 작은 촛불이 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1. 복학생의 특별한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