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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준 Jun 27. 2022

11. 마스크가 중요한 건 예전부터 알았지

 항암제를 맞은 환자가 주의해야 할 것은 정말 많았다. 마치 갓난아기처럼 조심해야 되어서 ‘이렇게까지 해야 돼?’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항암제를 맞으면 백혈구나 혈소판 같은 수치가 떨어져서 감염의 위험이 크고 지혈이 잘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것이 외상이든 내상이든 몸에 상처가 나는 것을 조심해야했다.  

 항암제를 맞고 매일 혈액검사를 통해 백혈구, 혈소판, 호중구 등의 수치를 확인하며 위생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우선 구내염을 방지하기 위해 가글을 자주했다. 다만 독한 가글약은 미각세포를 전부 죽일 수도 있어서 주의해서 사용했다. 배변 후 항문 소독도 철저히 했다. 병원 내 의료용품점에서 기구를 구매해서 물과 소독액을 섞어 배변 후 비데처럼 활용해 항문을 닦았다. 히크만이 꽂힌 가슴 부분도 소독을 했다.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매일 소독해 주었고, 집에서는 어머님이 소독해주셨다. 

 마스크를 쓰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처음에 마스크를 쓰는 것은 답답했다. 하지만 살기 위해 썼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감기나 질병이 옮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혈액 수치가 안 좋아지면 병실 안에서도 썼고 사람 많은 곳은 잘 가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대기하는 사람이 많은 곳으로 검사를 받으러 갈 때에도 마스크를 꼭 썼다. 감기에 걸리면 폐렴으로 악화될 수도 있고, 특히 폐렴은 백혈구 수치가 낮은 암환자에게 제일 무서운 병이었다. 

 실제로 병원에서 폐렴으로 인해 돌아가신 분을 보았다. 같은 병실에 입원한 분이셨는데, 그분은 마스크도 잘 쓰지 않고, 답답한 마음에 병원 상가를 돌아다녔다. 병원 내부에 있는 상가는 식당, 카페, 상점 등이 즐비해 내원객들이나 문병 온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그분이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참 불안불안했다. 퇴원 후 나중에 듣게 된 사실은, 그분이 폐렴에 걸려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슬프고 씁쓸했다. 좁은 병실 안에 있다보면 정말 답답하다. 나도 나가서 사람 구경도 하고 바람을 쐬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은 현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나는 너무 답답해서 정 나가고 싶을 때 아무도 없는 밤에 아버지와 걸었다. 병실 복도, 병원 1층 로비, 병원 앞 벤치. 물론 혈액 수치가 안정적으로 나온 상태였다. 

* * *

 백혈병은 그 병 자체가 위험하기도 하지만 그것에서 파생되는 위험도 큰 병이었다. 항암제는 환자가 치료를 위해 꼭 맞아야 하는 약이지만 부작용도 크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많은 약을 먹고 약물을 맞으며 느낀 것은,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이면 아프지 않기 위해 건강관리를 하는 편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독감 주사를 먼저 맞고,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지금도 3월까지 내복을 입는다. 친구들은 쫄쫄이 내복을 입는 나를 보고 할아버지냐고 놀리지만 아픈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프면 약 먹으면 되지‘라는 마인드는 사후적인 생각이고, 안 먹어도 될 약을 굳이 먹어서 좋을 것은 없다는 생각이 투병생활 후에 깊이 자리잡았다. 아픈 신경치료나 임플란트를 하기 전에 미리미리 양치질 잘하자는 생각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아기 수준의 낮은 면역력 때문에 나의 위생관념도 바뀌었다.  나는 지금도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제일 먼저 손부터 씻는다. 실제로 비누로 손만 잘 씻어도 감기에 걸릴 확률을 크게 낮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리 몸에 세균이 제일 많은 부위가 손이라는데, 중요하게 위생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부모님도 위생에 철저해지셨다. 내가 1차 항암치료(관해)를 마치고 2달 만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공기정화기를 사서 거실에 놓으셨고, 가정용 소독제를 사서 집안 곳곳을 청소하셨다. 요즘은 위생에 대한 관리가 철저해져서 다행이다. 예전과 다르게 손 소독제나 세정제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코로나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갔지만 건강의 소중함과 전염병의 무서움, 그리고 위생의 중요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나도 병을 겪고 난 이후에 건강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코로나 사태를 잘 이겨낸 분들도 그 중요한 가치들을 깨달았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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