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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준 Jul 14. 2022

16.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아무일 없이 평탄하게 지나갈 때도 있지만, 정말 힘들어 죽고 싶을 때나 실제로 죽을 위험에 처할 때도 있다. 의지로 그것들을 이겨내면 좋겠지만 막상 그런 상황에 처하면 쉽지가 않다. 인간은 병과 불행과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운명을 상대하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 옆에 신이 있고 종교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아플 때 연약한 인간으로서 종교에 의지를 많이 했고, 큰 도움이 되었다. 

* * *

 나는 초등학생 때 부모님의 권유로 여동생과 함께 성당에 가서 세례를 받았고 첫영성체도 모셨다. 나의 세례명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었다. 세례 교육을 받을 당시 신부님들에 대한 어린이용 만화책을 읽었는데 김대건 신부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님이셨고, 천주교를 설파하시다가 순교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감명을 받아 김대건 안드레아라는 세례명을 가지게 되었다. 솔직히 어릴 때는 부모님이 왜 나에게 종교를 가지고,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성당에 다니라 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프고 나서야 나는 종교가 왜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깨달았고 우리 부모님의 15년 뒤를 내다보시는 혜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매주 성당에 가는 성실한 신자는 아니었고, 부모님을 따라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는 나일론 신자였다. 우리 부모님은 성당 구역에서 구역장, 반장을 맡으시며 활발하게 활동을 하셨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성당에도 알려졌고, 신부님과 우리 구역의 신자분들께서 병원에 와서 기도를 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완쾌될 수 있게 항암치료가 시작될 때부터 매일 우리 집에 오셔서 기도를 해주셨다. 내가 다니던 성당 모든 분들이 내가 얼른 나아서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오기를 빌어주셨다. 그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많은 성당 교우분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셔서 내가 이렇게 건강하게 일어설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기도의 힘을 믿고 종교의 힘을 믿는다. 

* * *

 병원에서 아픈 검사나 치료를 받을 때, 어두운 밤에 침대에 누워 울적한 기분이 들 때에도 기도가 큰 힘이 되었다. 묵주팔찌를 손에 들고 성모송을 외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나는 죽어가는 죄인이었고, 지난날 내가 저지른 잘못과 죄를 돌아보며 용서를 구하였다. 그렇게 기도를 하면 아픈 시간이 짧게 지나갔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아무리 좋고 잘해준다고 해도 내 옆에 24시간 같이 있어줄 수는 없다. 결국에 고통을 견뎌야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내가 버티기 힘들 때 정신적인 버팀목은 천주교였고, 기도였다. 

 그래서 나는 힘들 때 종교를 가지고 기도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천주교든, 불교든, 기독교든 종교의 이름과 교리의 내용을 떠나서 무언가를 믿고 간절히 바라는 행위는 아름답고 위대하다. 과도한 헌금을 요구하는 사이비 종교가 아니라면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뼛속까지 무신론자라 신을 믿지 않는 환자가 있다면, 기도라도 했으면 좋겠다. ‘무신론자에게는 희망이 신이다‘라는 말처럼 희망을 가슴에 품고 밝은 미래를 바라는 기도를 올렸으면 좋겠다. 희망이라는 신이 당신의 기도를 들어줄 것이다. 당신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그것이 당신의 마음을 편안하게하고 위로해줄 것이다. 그렇게 나는 약물과 수술로 병을 치료하는 한편, 기도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몸이 무너지면 정신이 무너지지만 정신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치료를 위해서 그 어느 것도 소홀해지면 안 되었다. 


*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와 정보는 인스타그램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instagram.com/ihave.to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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