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유준 Aug 04. 2022

22. 너무 절망적이면 눈물도 나지 않는다(2)

 조혈모세포기증을 거부당한 우리가족은 누군가를 원망할 시간도 부족했다. 아니 그럴 정신이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다. 그 다음 단계는 해외의 외국인 기증 희망자를 찾는 것이었다. 일본, 대만, 미국이 1차적인 탐색 국가였다. 며칠 뒤 유전자가 맞는 몇 명의 신청자가 나왔지만 골수세포 기증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다음 탐색한 국가는 중국이었다. 인구가 많은 나라여서 아무리 못해도 나에게 기증해줄 한 사람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조혈모세포 유전자가 맞는 신청자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중국인 중에 나와 맞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런 시련을 주시는 하느님이 원망스러웠다. 나와 우리 가족은 진정한 절망에 빠졌다. 


 C병원에서는 조혈모세포기증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했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란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채취한 후 고용량의 항암치료로 암세포를 최대한 죽인 뒤, 채취한 조혈모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여 생착시키는 치료 방법이었다. 며칠 동안 백혈구 촉진제를 맞은 후, 무균실에서 나와 채취실로 향했다. 침대에 눕자 의료진이 몸에 이런저런 장치들을 연결했다. 그리고 조혈모세포 채집이 시작되었다. 히크만에서 피가 빠져나가 채취기를 통해 조혈모세포만 분리하여 수혈백에 들어갔고, 다시 나의 피가 팔에 연결된 바늘을 통해 들어왔다. 모니터에 혈압과 심전도 등이 나타났다. 그렇게 6시간을 누워있었다. 골수검사를 받고 4시간까지 누워있어봤는데, 6시간을 누워있다가 일어나니 온몸이 쑤셨다. 그나마 이식을 하는 도중이나 이식 후 몸에 별다른 이상 반응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채집은 잘 되었으려나 궁금했다. 

 얼마 뒤에 의료진으로부터 결과를 들었다.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목표했던 채집량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자가조혈모세포이식도 실패로 끝났다. 의사선생님한테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보았더니, 공여자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기다리며 항암치료를 하는 방법과 제대혈 이식이 있다고 했다. 제대혈 이식은 생착이 늦어 감염 가능성이 높아 고려하지 않았다.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아야 완치율이 높다는 사실은 나도, 우리가족도, 의료진도 모두 알고 있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우리가족은 정답지를 잃어버린 어린 학생처럼 망연자실했고,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너무 허탈해 눈물도 나지 않았다. 너무 절망적이면 눈물도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목표가 아득히 멀어지자 삶에 대해 의문이 생겼고 차라리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다. C병원에서의 잠 못 이루는 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와 정보는 인스타그램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instagram.com/ihave.tolive      

매거진의 이전글 21. 너무 절망적이면 눈물도 나지 않는다(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