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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준 Aug 09. 2022

23. 대학교 축제에서 피를 뽑는 학생들(1)

 C병원에서의 면회 시간은 오전과 저녁 중 하루 한 번뿐이었다. 백혈병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서 외부인에게 감기라도 옮으면 큰일이 날 수 있었다. 문병은 제한되어서 못했고, 면회가 면회실에서 큰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이루어졌다. 부모님이 거의 매일 오셨고, 친척분들이나 친구들이 부모님을 통해서 가끔 면회를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방문객은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다. 내가 첫 손주여서 어릴적부터 두 분께 예쁨을 많이 받았다. 70세가 훌쩍 넘으신 두 분이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나와 마주보고 앉았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별 말씀은 없으셨고, 그저 잘 치료받고 건강히 나오라고 얘기해주셨다. 짧은 면회였지만 얼굴의 깊게 파인 주름에 두 분의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가장 큰 불효가 부모님보다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그것보다 더 큰 불효를 저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말고 치료를 잘 받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먼 훗날 치료를 다 받고 건강히 퇴원한 후에 두 분께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려서 정말 뿌듯했다. 우리가 아프고 병들었을 때, 절망에 빠졌을 때, 그것을 이겨내야 할 이유는 우리 자신을 위함도 있지만 우리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함도 분명히 존재했다. 또 그 부분이 큰 힘이 되기도 한다. 

* * *

 또 기억에 남는 면회객은 대학교 동아리 친구들이었다. 음악 동아리 친구들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2년 동안 함께 밴드 활동을 하며 같이 합주 연습도 하고 공연을 하며 정말 친해진 친구들이었다. 친구들은 우리 부모님한테 연락을 드려 어떤 부분을 도울 수 있는지 여쭈었다. 당시 가장 필요한 것은 나와 유전자가 일치하는 조혈모세포 공여자였다. 우리 부모님은 현재 공여자가 없어서 이식을 받을 수 없는 상태이고, 조혈모세포기증 캠페인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친구들이 면회 왔을 때 단과대 학생회장 형도 같이 왔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뜻을 모아주기로 했다. 


*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와 정보는 인스타그램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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