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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유준 Aug 12. 2022

24. 대학교 축제에서 피를 뽑는 학생들(2)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대학교 축제가 열렸다. 단과대 학생회장 형을 주축으로 한 학생회, 동아리 선후배들과 동기들이 힘을 합쳤고, 조혈모세포기증은행과 연계하여 캠페인 부스가 차려졌다. 교내에 대자보를 붙이고, 마이크를 잡고 큰 소리로 캠페인을 홍보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들이 부스를 찾아왔다. 단과대 동문들, 동아리 선후배들, 그리고 같이 공부했던 고시반 회장 형이 동문들을 데리고 왔다. 부스를 찾은 이들은 개인정보를 적고 팔목을 걷었다. 간호사 직원분이 유전자 검사를 위해 신청자의 혈액을 채취했다. 많은 학우분들과 교직원분들이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을 해주셨고, 조혈모세포은행 직원분이 대학교에서 이렇게 많은 신청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놀랄 정도였다.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조혈모세포기증캠페인은 단과대 학생회의 연례행사가 되었고, 조혈모세포은행으로부터 학생회가 감사패를 받은 것은 그로부터 3년 뒤의 일이었다. 

* * *

 당시에는 치료받느라 정신이 없어서 학교의 얼마나 많은 분들한테 도움을 받았는지 잘 몰랐다. 이렇게 글을 쓰며 당시에 학생회, 동아리 친구들, 학교 당국과 조혈모세포은행 직원분들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은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분들과 조혈모세포 기증을 신청하신 학우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으며, 나를 모르더라도 도움을 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 대학 동아리 친구들과 학생회장 형은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었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은 동아리 친구들과 학생회장 형을 ‘의리 있고 똑똑한 친구들’이라고 말씀하신다. 나도 다른 친구들에게 그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들을 보며 친구가 어려움에 빠지면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모로 참 고마운 친구들이다. 

 캠페인은 학교에서 끝나지 않았다. 다니던 성당에서도 조혈모세포기증 신청 캠페인이 열렸고, 많은 교우분들이 나를 위해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을 해주셨다. 내가 나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많은 분들이 보내준 응원 덕분이다. 한 분, 한 분께 인사를 전할 수 없지만, 그 감사한 마음은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다. 

* * *

 기증 캠페인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을 해주셨지만 안타깝게도 유전자가 맞는 분은 없었다. 실낱같은 마지막의 마지막 희망도 사라졌다. 이미 절망적인 상황을 겪은터라 체념에 가까웠다. 조혈모세포캠페인을 이끈 학생회장 형과 동아리 친구들은 적잖이 실망했다. 그래도 혈액 데이터가 조혈모세포은행에 등록되었기 때문에 유전자가 맞는 다른 환자들에게 이식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와 정보는 인스타그램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instagram.com/ihave.to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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