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유준 Aug 22. 2022

25. 힘들 때 웃는 환자가 일류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깨달은 인생의 팁이 생겼다. 그중 하나는 바로 웃음에 관한 것이다. 평범한 사람도 힘들 때 웃는 게 쉽지 않은데, 심지어 아픈 환자는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을까.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 * *

 C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마치고 혈액수치가 어느 정도 회복하자 다시 퇴원해 집으로 왔다. 공여자를 찾지 못해 다시 막막한 상황에 처했고 집안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웃을 일이 별로 없다. 나도, 우리 가족도 그랬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웃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을 매일 보았다. 평일에는 <놀러와>, <해피투게더>, <무릎팍도사>를, 주말에는 <무한도전>과 <1박2일>을 보았다. 특히 KBS에서 방영한 <1박2일>을 제일 좋아했다. 남자 멤버들이 우리나라의 명소를 1박 2일 여행하는 프로그램인데, 멤버 중 한 명인 강호동의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그의 힘찬 목소리와 기운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또한 아름다운 장소와 맛있는 음식을 보며 대리만족도 느꼈고 나아서 꼭 저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신나게 웃었고, 잠시나마 아픈 환자라는 사실과 처한 상황을 잊을 수 있었다. 

 이 습관은 정말 좋았다. 요즘에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가 많아서 휴대폰으로 재밌는 영상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아팠을 당시에는 그런 어플들이 그렇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다. 저녁식사 후 거실에 모여앉아 티브이를 보기 때문에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다. 환자는 몸도 안 좋고 우울한 상황이어서 자기 방이라는 좁은 굴로 들어갈 때가 많다. 가족과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웃음이 감정적인 고통과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몸에 좋은 물질을 분비시킨다는 것은 이미 의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이 습관은 치료를 마친 후에도 몇 년 동안 계속 이어갔다. 

* * *

 병실이나 집에 혼자 있을 때에는 독서가 큰 힘이 되었다.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했기 때문에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짜증낼 때도 많았다. 가끔은 혼자만의 취미를 가질 필요가 있었다. 악기연주나 게임도 즐거움을 주었지만 책은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상상력을 자극시키고 스토리에 몰입을 시켰다. 평소에도 책을 좋아해서, 재밌는 책들을 주문해서 읽었다. 특히 추리소설을 좋아했는데, 베일에 싸여있거나 꼬여있는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 몰입하다보면 어느새 소설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러다가 진실이 결말에 확 하고 튀어나오면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풀리곤 했다. 

 독서는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체력을 요하지도 않는다. 전자책도 많아서 휴대폰이나 전자패드로 쉽게 볼 수 있다. 병원 침대에 누워서도 볼 수 있고, 언제든 읽다가 중단할 수 있다. 새로운 책이 매일 출판되기 때문에 질리지도 않았다. 책은 환자인 나에게 항상 옆에 있고, 영원불멸한 좋은 친구였다. 


* 글에 담지 못한 이야기와 정보는 인스타그램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instagram.com/ihave.tolive      

매거진의 이전글 24. 대학교 축제에서 피를 뽑는 학생들(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