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죽게 되는 것일까. 나는 병에 대한 치료를 포기했지만 부모님은 그렇지 않으셨다.
퇴원 후 집에서 요양하는 시간은 참 불안했다. 조혈모세포이식을 받지 않고 언제까지 항암치료만 계속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했던 것일까.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게 무감각해져버렸다. 거대한 파도에 몸을 맡긴 작은 배에 불과했고, 파도가 나를 세게 엎어버리면 그냥 바다에 빠져버리자는 생각이었다. 인간은 이렇게 약하고 작은 존재였다.
하지만 부모님은 강한 존재셨다. 아픈 자식을 위해 어떤 방법이라도 찾기 위해 수소문하셨다. 그러던 중 백혈병 환우회 대표님과 사무국장님으로부터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이라는 치료법을 들으셨다.
백혈병 환우회는 혈액질환에 걸린 환자와 가족을 위해 정책을 추진하고 봉사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돕고 있는 단체인데, 이곳에서 병원에 대한 정보나 의료봉사를 제공받은 적이 있었다. B병원에서 퇴원할 때에 소독한 차로 환자를 집까지 데려다주는 클린카 서비스를 신청해서 제공받았고, 백혈구가 500이하이면 격리병실이 보험 적용이 된다는 사실도 환우회로부터 들은 정보였다. 개인은 이런 중병에 대응하는 게 처음이라 정보나 힘이 부족하다. 환우회는 예전부터 설립되어 여러 정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어 우리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혹시라도 본인이나 주위 사람이 큰 병에 걸리게 된다면 꼭 관련 질병 환우회나 환우회 카페에 가입하기를 추천한다. 그곳에는 병과 치료에 관한 정보가 많다. 특히 다른 환자나 보호자, 그리고 치료를 받은 사람들로부터 경험담을 들을 수도 있고, 서로 힘든 부분을 이야기함으로써 위로와 응원을 받을 수 있다. 환자의 마음은 환자가 이해하고, 보호자의 마음은 보호자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 가족은 그곳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다시 한 번 백혈병 환우회의 대표님과 사무국장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 비바람이 심한 날입니다. 모두 안전에 유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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