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정말 착하고 다정한 우리오빠가 좋았다. 예민한 내 성격과는 다른 천사같이 배려심 있고 책도 많이 읽어 똑똑한 우리 오빠. 말하기 좋아하는 나는 학교가 끝나면 오빠 방으로 달려갔고, 오빠 방 침대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들, 고민들을 오빠에게 조잘조잘 떠들었다. 그러면 오빠는 항상 내 얘기를 들어주고, 가끔 얘기가 두서없이 딴 길로 빠지면, "그 이야기에서 말하려는 요점이 뭐야?" 라고 물어봐주고, 서로 더 재밌는 농담을 하려고 매일 매일 유머 배틀을 했다. 나는 우리 오빠가 내 이상형이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닐 정도였으니, 친구들은 우리 남매를 소설책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남매를 보듯 신기해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남매관계가 가능했던 이유는 100% 오빠의 유쾌하고 긍정적인 성격 때문이었다. 그런 오빠가 아프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는 병이 아닌 티브이에나 나오는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었다. 우리 오빠처럼 착한 사람이 왜... 차라리 내가 걸렸어야 했는데... 오빠가 아팠던 동안,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던 거 같다. 내가 대학생 때 오빠가 아픈걸 알았고, 매일 나의 일과는 수업이 끝나면,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B병원에 가는 거였다. 오빠를 보러, 우리 가족을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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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병원은 색이 바랜 정문과 언덕길, 로비를 지나 무균실 병동으로 갔다. C병원은 1층에 기도실과 성모상이 있어 매일 방문할 때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 기도를 드렸다. D병원을 가는 길엔 장례식장과 응급의료센터가 있어서, 떠오르는 나쁜 생각들을 꼼꼼히 지우고 병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병원에 작은 미술관이 있어 마음의 위로가 되는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오빠의 치료를 위해 우리는 병원을 옮겨다녔고, 오빠의 치료 또한 계속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