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24일이 평범한 하루는 아니었다. 격리실 침대에 누워 링거와 여러 약들을 몸에 주렁주렁 달고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었고, 맞은편 벽에 달린 티브이에서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이 중계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기아 타이거즈 팬이어서 야구경기에 완전히 몰입하는 중이었다. 9회말 동점 상황에서 타이거즈의 마지막 공격차례가 왔고, 3번 타자가 타석에 섰다. 그는 높은 직구를 힘껏 휘둘렀는데, 배트에 맞은 공은 멀리멀리 날아가 끝내기 홈런이 되었다. 환자인 것도 까먹고 침대에서 일어나 껑충껑충 뛰며 소리를 질렀다. 선수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관중석의 환호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호쾌한 홈런처럼 나도 이 무서운 병을 속 시원하게 이겨낼 것 같았다.
야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다. 야구를 보면 마치 인생 같기 때문이다. 축구나 농구는 경기시간이 채워지면 끝나지만, 야구는 공격 횟수를 다 마쳐야 경기가 끝난다. 그래서 야구는 경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메이저리그의 야구 선수인 요기 베라는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인생도 야구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평탄한 인생을 살다가 백혈병이라는 중병에 걸렸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게임이었다. 반일치 조혈모세포이식이라는 찬스가 9회말에 찾아온 것이었다. 나도, 우리 가족도, 의료진도 포기하지 않는 한 승리의 가능성은 존재했다.
아프거나 절망에 빠진 분들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야구 경기를 보면서 근심과 걱정을 날려버리기를 소망한다. 끝나기 전까지 모르는 야구처럼 우리 인생도 포기하지 않는 한 아직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