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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Jul 26. 2019

내 글을 만천하에 공개한다는 것




매거진 < 쓸수록 나는 내가 됐다 >





이하 사진 출처_ Unsplash



다음의 질문은 내 안에서 미해결의 문제로 오래 자리하고 있던 것이다.


"왜 나는 내 글을 공개하는가?"


브런치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품게 된 질문이다. 글을 쓰는 것까진 마냥 신나고 거침없었는데 막상 '발행' 버튼 앞에선 이상하게 내 마우스가 움찔거렸다. 머뭇머뭇 주저주저하는 나의 귀여운 마우스가 두 눈을 들고 나를 애처롭게 올려다보면서 이렇게 물었다. 주인님은 왜 굳이 이걸...? 내가 내게 던졌던 것과 같은 질문이었다.


내 마음속에 숨겨진 채로 남아있어야 마땅할 것 같은, 별 거 아니거나, 부끄럽거나, 추악하거나, 진솔하긴 하지만 남이 알면 내 이미지만 깎아먹을 그런 이야기들을 '굳이' 세상 사람들 귀에 갖다 대고 말할 필요가 있는 걸까, 이걸 공개하려는 나의 행동의 기저에는 관종 of 관종... 그러니까 베스트 관종 같은 경향이 있는 건 아닐까,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그런 게 아닌 이유가 있기는 한 걸까. 


음... 없다. 진짜로 없다. 글을 써서 그걸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있는 나는 관심과 사랑이 매우 필요한 어린이 같은 단순한 인간일 뿐이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어제도 오늘도 내 글쓰기의 목적이었다. 사랑.




하지만 내가 단지 사랑이 필요한 관종이어서가 아니고, 글을 공개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사람이면 참 멋질 것 같아서 한번 찾아보았다. 참 오랜 시간 동안 그 이유를 찾았다. 그리고 '발견'했다. 처음에는 이유를 '만들어보려고' 찾았는데, 찾다보니까 정말 이런 이유가 내 안에 숨어있었단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아무도 없는 깊은 산속에 거대한 고목나무가 쓰러졌다면 과연 소리가 났는가, 나지 않았는가?”


선가에서 내려오는 오래된 화두라고 한다. 선가의 사람은 아니지만 나는 이 화두를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수시로 꺼내보곤 했다. 특히 글을 쓰면서. 듣는 이가 없는 공간에 울려 퍼진 소리는 소리라고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을까. 


그렇다면 말은 어떨까.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는 당신의 말은 말일까, 말이 아닐까.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꽃이 되듯 당신이 내 말을 들어줘야 비로소 말이 되는 걸까. 그렇다면 글은 어떨까. 나 말고 아무도 보는 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기장에 쓴 글은 글일까, 글이 아닐까. 


여기저기서 외치는 목소리가 음성지원 되는 듯하다. 당연히 그것도 말이지! 당연히 그것도 글이지! 


물론 혼잣말도 말이고, 혼잣글도 글이다. 나 역시 이의는 없지만, 말과 글의 '가치' 측면에서 봤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본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은 말과 글은 '나눌 수' 없기 때문에 가치가 커지지 않는다. 나눌수록 커지는 건 마음이고, 내게 있어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건 마음을, 진심을 표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그걸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존재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알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 (루피)


어제 취재를 하면서 들은 한 래퍼의 발언이 나로 하여금 마음의 정리(?)를 하게 했다. 내가 굳이 글을 공개하는 이유에 대한 입장 정리랄까? 그건, 아무도 없는 산속에 고목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안 난 것이니까. 나는 이렇게 정리하고 나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말 안 하면 귀신도 모른다는 속담처럼 말을 안 하면서 남이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 안 되고, 글로 안 쓰면 소울메이트도 내 진심을 모른다는 내가 지은(?) 속담처럼 편지 한 통 안 쓰면서 친구가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진심을 알아주길 바라면 안 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건 초코파이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글을 공개했을 때 내 글에 공감한다는 댓글을 받기라도 할 때면 글을 공개하는 이유는 더욱 선명해진다. 공감한다는 댓글을 받음으로써 글을 쓴 나에게 그 공감이 돌아오니까 나도 공감을 ‘받게’되고, 그럼으로써 마음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외롭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굳이 성선설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사람은 기본적으로 마음, 사랑, 맛있는 거, 보기에 좋은 풍경이 있으면 남과 나누고 싶어 하는 존재니까. 그럴 때 그것이 더 커지니까.


'이런 글은 일기장에나 써라'는 댓글은 진짜 나쁜 댓글이다. 이런 댓글을 쓰는 이는 남의 일기장도 훔쳐볼 염치없는 사람이다. 일기장에 쓸 법한 글이라도 공개적으로 쓰고 그 글을 나누면 그걸 읽은 누군가 한 명은 공감하고 위로받을 것이다. 사람은 다르면서 모두 같으니까.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누면 그게 미약하게나마 선함을 나누는 일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이렇듯 나 혼자만의 만족보다는 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위로를 받거나 희망을 얻어서 지금보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내일 이후를 살게끔 돕고 싶어서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아주 주제넘어 보이지만... 그래도 그게 내 꿈이니까,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으니까 나는 오늘도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그것을 공개한다. 매번 내 마우스로부터 '이거 정말 발행할 거니? 후회 안 하지?'란 질문을 받으면서도. 허들 넘듯 그 질문을 뛰어넘고서 끝내는 손바닥 안에 꼭 쥐고 감춰놓은 구슬을 세상에 선보인다. 그것 참 못 생겼다고 무시당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타인에게 말하고 표현하고 읽힌다. 상처 받아도 계속 사랑하듯이.


혼자 고립되고 싶지 않아서. 세상과 연결되고 싶어서. 


사랑받고, 사랑 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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