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화신 May 08. 2021

씀으로써 내 운명을 사랑하게 됐다

[출간 전 연재_ 3화]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다산초당)





써야만 하는 이유의 끝에서,
그렇게 쓰는 글은 분명
당신의 인생을 바꿔놓을 것이다




글을 쓸수록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게 된다. 쓰기는 인생에 주어지는 비극적 경험을 ‘쓸모 있는’ 재료로 여기게 하므로. 인생의 행복뿐만 아니라 불행까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해준다.


나 역시 글을 쓸수록 내 운명을 더 사랑하게 됐다. 나를 둘러싼 모든 비극과 희극을 사랑해야만 하는, 쓰는 자로서의 의무감이 좋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갈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나는 내 운명에 깃든 고통을 정중히 대하고 또한 자세히 관찰한다. 어떨 땐 외로움이 내 글의 힘처럼 느껴지고, 가난이 소중한 재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거기서 오는 비애감을 사랑해 마지않는다. 글 안에는 작가 내면의 빛과 그늘이 균형을 이루며 반영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모진 말과 행동이 내게 상처가 되었을 때도 그 상처가 언젠가 내 글의 가장 아름다운 문양으로 남을 것을 직감한다. 그러니 그 사람을 그만 미워하기로 한다. 이런 자발적 ‘어쩔 수 없음’을 나는 사랑한다. 자기 운명의 그림자까지도 끌어안는 태도로 글을 쓰고 살아간다면 삶의 고통도 그 의미를 찾아 숭고한 빛을 띨 것이다.


누구에게나 인생은 어렵다. 생업에 매몰되어 지쳐가든, 꿈을 잃고 방황하든, 소중한 사람과 이별하는 상실감을 겪든, 삶의 험준한 골짜기를 통과하며 온갖 문제와 맞닥뜨릴 것이다. 그럴 때 글 따위는 삶 앞에서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고 삶과 완전히 별개의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쓰고 싶어도 도저히 여건이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글과 삶이 하나가 되어갈수록, 삶은 점점 더 견딜 만해진다.


그러니, 온 마음 다해 감히, 당신의 씀을 응원한다.


이전 15화 당신은 누군가의 뮤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