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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화신 Jul 09. 2019

'무반응' 속에서 계속 쓴다는 건




매거진 < 쓸수록 나는 내가 됐다 >





출처_ Unsplash



브런치는 우리에게 상처를 준다. 작가님들, 우리 잠깐만 솔직해져 보아요. 브런치 하는 일이 그렇게 기쁜 일만은 아닌 걸요. 글을 발행했는데 라이킷도 없고 댓글도 없고 조회수까지 엉망진창 와진창일 때, 나는 글 쓴 걸 후회할 때가 있다. 잠이나 푹 잘 걸 괜히 글은 또 써가지고 외로움만 깊어졌구나. 뼛속 깊이 소외감이 파고들어 이 밤 나를 흔드는구나. 아니~ 내 글이 그렇게 별론가?


구독자가 1.4만 명이나 되는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느냐고 정색하는 얼굴이 아른거린다. 그런데 진짜 아니다. 손가락 열 개로도 넉넉하게 셈이 가능한 라이킷 수를 볼 때면 나 역시 시무룩해진다. 웃긴 건, 조회수가 많다고 위로가 되는 것도 아니란 사실. 아니~ 이렇게 많이 읽었는데도 라이킷이 3이야? 내 글이 그렇게 별론가?


나만 이런가... 브런치는 가끔 저한테 너무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것도 저만 그런 건가요. 내가 애써 쓴 글이 무반응 속에서 꼬르륵 가라앉을 때, 마치 위기의 순간에 다다라서야 구제의 손길이 내려오듯 보이지 않는 에디터의 손길(pick)이 그때야 비로소 뻗쳐오는 것이다. 겸허하게 죽어가던 내 글은 불현듯 생명을 얻고, 흡족한 조회수를 경신하고, 난 속 없는 사람처럼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져버리고. 그건 마치 1년 동안 막혀 있던 코가 뻥 뚫린 듯한 기분이면서, 동시에 내가 빼도 박도 못하게 간사한 인간임을 확인시켜주는 그런 모순적 모먼트인 것이다.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지금 텅 빈 듯 내 마음 한 구석은 뭐 없이 공허하지

왔다 갔다 해 기분 예민해 니가 뭔데 내 하루를 망쳐 뭣같이

요즘 내 하루는 길어 외로워 의미 없지 뭐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 이렇게 만든 니가 난 미워 yeah"


- 트레이, '멀어져' 가사 중


브런치 너가 뭔데 내 하루를 이렇게 우습게 만드는 거니. 이건 마치 연애하는 기분인 것을? 한 순간 빠져나올 수 없는 달콤함에 허우적거리다가도 더 많은 순간에는 외로움을 주는 너란 브런치. 숫자가 뭐 중요한가요. 누가 읽어주든 안 읽어주든 스스로 만족하면서 쓰면 그만인 걸요. 하고 쿨하게 내뱉었던 나의 말이 위선이었음을 알려주는 잔망스러운 그대, 브런치. 


출처_ Unsplash



그러면서 난 사랑한다 또. 


브런치에 오면 그래도 나를 위한 라이킷이 하나는 있으므로. 그 한 명의 독자 때문에 나는 브런치를 계속 사랑하고 있다. 왜 그런 말 있잖나,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단 한 명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절대 스스로 죽지 않는다고. 두 명도 필요 없고,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독자들의 무반응에 혼자 상처 받고 툴툴대는 게 꼭 아이 같아서, 내 인격이 한 뼘 더 퇴화한 기분이 들다가도 단 한 개의 라이킷이 나를 구름 위로 올려주는 것이다.


예전에 한 피아니스트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그가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내 연주가 훌륭하단 말을 듣고 싶었고 최대한 많은 사랑을 받고 싶었는데,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진심 어린 찬사를 받고 싶다고. 얼마 전에 나도 이런 비슷한 마음이었다. 늘 내 글을 빼놓지 않고 1등으로 읽어주는 엄마에게 "엄마, 내가 오늘 '세상 모든 디테일을 사랑하여'라는 글을 썼거든? 근데 반응이 없단 말야. 이번 글 솔직히 좀 별로였지?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아"라고 물었는데 엄마는 이렇게 대답했다. 


"니 글이 별로였던 적이 있니?"


이 한 사람이면 됐다, 싶었다. '무반응' 속에서도 계속 글을 쓰는 힘, 그 힘은 한 사람의 응원에서 넘칠 만큼 이미 흘러나오고 있었단 걸 난 왜 몰랐을까. '니 글이 별로였던 적이 있었냐'고 되물어주는 한 명 때문에, 그리고 홀로 꿋꿋하게 라이킷을 눌러주었던 그 얼굴 모를 구독자 한 명 때문에, 나는 계속 쓴다. 잠이나 잘 것을 괜히 썼다고 매번 툴툴거리면서도, 쓴다. 그렇게 345개의 글을 썼다. 삼백사십 다섯 번 나는, 안 읽히는 괴로움과 읽히는 기쁨 사이에서 흔들리면서 사랑의 열병을 앓았다. 쓰라리면서도 달콤한, 모순의 한가운데를 345회 지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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