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화신 Jul 01. 2020

당신은 누군가의 뮤즈다






* 뮤즈(Muse):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과 학문의 여신. 춤과 노래·음악·연극·문학에 능하고, 시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과 재능을 불어넣는 예술의 여신이다.




나의 제일은 나의 뮤즈다. 내게 영감과 자극을 주는 존재만큼 세상에 귀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요즘의 나를 지배하는 내 뮤즈가 누구인지 말하면 행여 퇴색될까 두려우매 차마 밝히지는 않겠사오나, 아무튼 글쓰기 혹은 삶 전반에 영감을 주는 누군가가, 무언가가 내 곁에 있다.


영감 같은 거 없이도 창조적인 일들을 할 수 있지만 이왕이면 영감에서 시작되는 창작을 하고 싶다. 영감이 나를 즐겁게 하고 짜릿하게, 소름 돋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음을 빼앗는 무언가를 품게 되면 감정과 생각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엔도르핀이 솟는다. 힘도 나고 신도 난다. 그래서 늘 무언가를 늘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가까이 있는 별이든 멀리 있는 별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뮤즈라는 별, 사랑과 동경의 대상인 그것. 내 마음은 늘 그것으로 가득 차길 갈망한다.


좀 더 생활 말투로 표현하자면 '덕질'이요, 지금 난 덕질이란 것의 순기능을 예찬하는 중이다. 별의별 것에서 우리는 영감을 받는다. 고로, 덕질의 대상은 무한하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마음 다해 좋아하면 내가 사랑하는 그것이 내게 영감을 쏟아부어 준다. 보상은 따로 필요 없다. 나의 뮤즈는 내게 사랑을 받고 내게 영감을 주었으니 그것으로 이미 나는 충분한 보답을 받은 것이다.


엊그저께 한 싱어송라이터를 인터뷰했는데, 그에게 자신의 성공이 무엇인지 정의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라고 답했다. 그의 대답이 뭐랄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처럼 시원했다. 보통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싶다, 공감을 주고 싶다고 많이들 말하는데 그는 '영감'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대답이 내게 영감을 줬다. 나는 물었다. 음악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영감을 주고 싶은지. 그는 "음악을 대하는 내 태도가 영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또 물었다. 음악을 대하는 너의 태도가 무엇인지. 그러자 그는 쑥스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악을 사랑하는 거."


소리 없이 '아' 나는 탄성을 질렀다. 내가 요즘 영감을 받고 있는 그것이 왜 내게 뮤즈인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가 만약 댄서라고 한다면, 그의 춤에 대한 열정이 매우 뜨겁고 순수하다는 점, 이 점이 내게 영감을 주고 있는 것이었다. 얼마나 탁월하게 추느냐보다 춤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어떠한지, 그것이 바로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결정적 요소였다. 한 마디로 영감이라는 건 예술의 결과물이 아니라, 예술의 근원지로부터 전해지는 무엇이라는 걸 깨달았던 일화다.   


지난주쯤엔 한 TV 프로그램의 기자간담회를 취재하는데,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연습생들의 무엇을 가장 주요하게 보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얼마나 무대와 음악을 사랑하는지, 그것이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너무 단순한 대답이어서 좀 싱겁다는 인상마저 들었다. 헌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진짜 없지 않은가! 사랑의 마음은 워낙 강력하고, 그것이야말로 타인을 감동시키고 감화시킬 수 있는 에너지니까 말이다. 기(氣)라는 말을 하잖나. 우린 타인으로부터 에너지를 받고, 타인에게 내 에너지를 준다. 물론 긍정적인 에너지만 있는 건 아니기에 내가 어떤 에너지를 받고 싶은지를 생각하듯, 내가 타인에게 어떤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고 싶은지도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영감은 이렇듯 '사랑'에서 온다. 나는 나의 뮤즈를 사랑한다. 그래서 그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나의 뮤즈 또한 무언가를, 누군가를 사랑한다. 그러니 나의 영감은 뮤즈의 뮤즈의 뮤즈의... 뮤즈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참 신비롭지 않은가.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열정, 그 열정이라는 에너지가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파된다는 것 말이다. 그 신비로운 영감을 내게 주는 나의 뮤즈를 더욱 뜨겁게 사랑하고 아낄 것이다.


당신의 뮤즈는 누구인지 궁금하다. 당신의 창작활동 혹은 삶에 활력과 긍정적인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대상. 참, 이 질문을 던지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다.

 

당신 또한 누군가의 뮤즈다. 당신이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던 것처럼.

(그러니 당신을 더 사랑해줘라. 한 가수가 그러더라. '너 자신을 덕질하라'고.)


이전 14화 '무반응' 속에서 계속 쓴다는 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