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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 Jun 30. 2021

'불'장난

그냥 심심해서...

[이야기의 배경은 ‘불’곱창 집이다.]


손님은 두 테이블뿐이고, 한 테이블에는 여자 두 명이, 다른 테이블에는 남자 두 명이 앉아 있다. 이 이야기는 청춘들의 ‘불’ 같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슬픔에 지친 진영의 머리에 ‘불’이 붙는다.]


진영과 친구는 헉헉거리면서 불곱창을 먹고 있었다. 진영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고개를 숙이고 주먹밥을 뭉쳤다. 그러자 친구가 진영의 잔에 술을 따라주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거 먹고 다 잊어. 잘 헤어진 거야.” 진영은 친구의 위로에 괜히 더 서러워져서 참고 있던 눈물 한 방울을 흘리고야 말았다. 민망한 마음에 진영은 눈물을 닦으면서 아까도 했던 말을 또 반복했다.


“혼자 연애한다는 말이 있잖아. 내가 딱 그랬거든. 걔는 친구들이랑 술 먹고 밤늦게까지 놀고 있는데 나는 혼자 집에서 잠도 못자고 전전긍긍하면서 걔 연락을 기다리는 거야. 어제도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는데 내가,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더라고. 그래서 바로 문자를 보냈지. 헤어지자고.......”


진영은 얘기를 하다 말고 눈물이 차올라서 (마스카라가 번질까봐) 고개를 들어 눈물을 말렸다. 한동안 그러고 있더니 갑자기 화난 듯 주먹으로 테이블을 치면서 소리쳤다.


“그런데 달려오기는커녕 답장도 안 한 거 있지!”


진영은 하정우가 맥주잔을 들고 있는 포스터를 멍하니 보며 말했다. “근데 내가 잘한 걸까?” 진영은 슬픔에 젖어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앞으로 푹 숙였다.     


“쿵!”     


“어머! 학생 머리에 불붙었어!”     


[친구의 ‘불’장난이 시작된다.]


진영의 앞머리가 활활 타올랐다. 옆 테이블에 있던 남자가 재빨리 물 컵에 있던 물을 진영에게 부었다. 치지직 소리가 나더니 불꽃은 사라지고 머리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진영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남자가 진영의 앞머리를 물수건으로 닦아주며 말했다.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


한편, 친구는 진영의 앞머리에서 나는 연기 속에서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많이 취했는지) 많이 잘생겨 보였다. 그래서 진영 대신 친구가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가 술 한 잔 살게요.”


남자가 괜찮다며 정중히 거절하는데도 친구가 남자에게 소주잔을 건네면서 말했다.


“짠!”


남자는 예의바르게 양 손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남자가 인사를 하고 떠나려고 하자 진영의 친구가 한층 고조된 목소리로 붙잡았다.


“에이~ 우리 진영이 은인인데 이렇게 보낼 수 없죠. 친구 분도 같이 오세요. 오늘은 제가 쏩니다!”     


[남자의 ‘불’장난이 시작된다.]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재빨리 친구를 불러 합석했다. 남자는 아까부터 진영이 술에 취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다. 진영을 슬쩍 보고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는데 앞머리가 타서 짧아진 모습은 미소가 절로 나올 정도로 귀여웠다. 남자는 합석한 뒤로 계속 진영에게 말을 걸었다.


“어쩌다 들었는데, 전남친은 친구들이 먼저였나 봐요. 근데 저는 그런 사람들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진영이 대답 없이 울고만 있자 남자가 위로했다.


“에이, 그런 나쁜 놈 잊어요. 주변을 둘러보면 더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지 누가 알아요.”      


[남자의 일행도 ‘불’장난을 시작한다.]


진영의 친구가 진영 대신 대답했다.


“맞아요. 이렇게 예쁜 애를 두고 아주 나쁜 놈이었어요. 저는 처음부터 별로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주먹밥 좀 만들어 드릴까요?”


그런데 남자의 일행이 자꾸 옆에서 진영의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진영의 친구는 귀찮다는 듯 대충 대답했다.


“여행 좋아하세요?”

“아뇨.”

“전 특이한 사람 좋아하는데.”

“특이한 친구 있는데 소개시켜 드려요? 공주병 말기라서 병원에 있어요.”

“하하. 정말 재밌으시네요. 제 이상형이 재밌는 여잔데!”     


[‘불’장난이 모여 ‘불’꽃놀이가 될 뻔 한다.]


가만히 있던 진영이 입을 열었다.


“제 이상형은 하정우입니다!”


남자가 맞장구를 쳤다.


“제가 하정우 닮았다는 얘기를 은근 듣는데!”


진영의 친구가 맞장구를 쳤다.


“어머, 하정우 닮으셨어요! 뒤에 포스터랑 똑같네!”


남자의 일행이 맞장구를 쳤다.


“하정우 좋아하시는구나! 저랑 쟤랑 닮아서 친구에요. 하정우 닮아서!”


진영이 남자를 보며 말했다.


“당신 하정우 닮았어요!”


진영과 남자 사이에 스파크가 튄다. (술이 확 깬) 진영의 친구가 물을 끼얹는다.


“아줌마! 계산이요!”


남자의 일행이 끼어든다.


“아니요, 오늘은 제가 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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