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때?"라는 말만 안 해도 절반은 성공이다

1:1 면담, 팀원의 막힌 숨통을 틔우는 법

팀장이라는 직책을 처음 달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팀원들과의 ‘첫 1:1 면담’ 일정을 잡는 것이었다. 의욕은 앞섰지만, 막상 마주 앉으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름대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든답시고 던진 첫마디는 지금 생각해도 화끈거리는 전형적인 실패작이었다.


“요즘 어때요? 지낼만해요?”


돌아온 대답은 짧았다. “그냥 잘 지내요.”


그리고 이어지는 무거운 침묵. 나는 그 어색한 공기를 견디지 못해 서둘러 노트북을 열고 익숙한 ‘진도 체크’로 도망쳤다. 이번 사건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송무 업무에 어려움은 없는지, 기한 체크는 잘하고 있는지 쫓기듯 숫자를 확인하고 기한을 상기시켰다. 면담이 끝나고 문을 나서는 팀원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럴 거면 그냥 메일로 물어볼 걸 그랬나.’


그때의 나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1:1 면담을 주간 회의의 연장선으로 썼던 것이다. 사실 사건 진행이나 송달 여부 같은 건 메일이나 구두상으로 소통하는 걸로도 충분하다. 굳이 귀한 시간 내서 마주 앉은 팀장이 해야 할 일은 ‘사건’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사람’을 살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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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이 스스로 자기 상태를 정리하고, 내가 치워줘야 할 장애물을 꺼내놓는 자리. 1:1은 그래야 했다. 그래서 나는 질문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었다. “잘 되고 있어?”라는 막연한 물음 대신 “어디서 막혀?”라고 묻기 시작했다.


'결과'가 아닌 ‘지점’을 물어야 말이 시작된다. 팀원이 멈춰 있는 이유는 대개 셋 중 하나다. 방법을 모르거나, 역량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결정권이 없거나. 이유를 알면 그다음 액션은 명확해진다. 모르는 건 같이 자료를 찾으면 되고, 못하는 건 연습을 붙여주면 된다. 결정권이 없어 머뭇거리는 거라면 내가 선을 그어주고 책임지겠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성과가 잘 나오는 팀원이라고 안심해선 안 된다. 겉으론 멀쩡해도 안으로는 배터리가 방전되고 있을 수 있다. “힘들어요?”라는 뻔한 질문을 버리고 ‘장면’을 묻는다. 지난주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던 업무가 무엇이었는지, 반대로 모니터만 멍하게 바라보게 만든 건 무엇이었는지. 그 답을 들으면 이 사람이 어떤 일에서 충전되고 어디서 마모되는지가 선명히 보인다. 업무 배분을 조금만 조정해도 팀원은 훨씬 더 오래, 더 즐겁게 달릴 수 있다.


서로의 기준을 맞추는 것도 1:1의 핵심이다.


“이번 달에 OO 씨가 정말 잘했다고 스스로 판정할 기준이 뭔가요?”

“지금 하는 일 중 평가에 가장 크게 잡히는 게 뭐라고 보시나요?”


팀장과 팀원의 기대치가 어긋나면, 둘 다 밤새워 일해도 결국 서로를 원망하게 된다. 한 문장이라도 기준을 합의하면 팀원은 방향을 잡고 나는 불필요한 잔소리를 줄인다.


마지막으로 내가 할 일을 확인한다.

“이번 주에 O대리님의 시간을 가장 불필요하게 뺏은 순간이 언제인가요?”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걸림돌이 있을까요?”


이 질문은 감시가 아니라 내가 너의 ‘지원군’이라는 신호다.

환경이 방해한 것을 팀장에게 솔직히 말해도 되는 분위기가 생길 때, 팀원은 비로소 ‘늦은 이유’에 대한 변명이 아닌 ‘다음번에 빨라질 조건’을 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피드백을 받는다. “오늘 내가 도와준 방식 중에 효과 있었던 것, 없었던 것 하나씩만 말해주세요.” 질문하고 잠깐 입을 닫는다. 때로는 그 짧은 침묵이 팀원의 생각을 정리해 주고, 팀장인 나를 오판에서 구해낸다.


1:1은 결국 서로가 서로의 일을 더 잘하게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통로다. 초보 팀장 시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답을 주려 하지 마라. 대신 팀원이 답을 찾을 수 있게 앞길의 돌멩이를 치워주는 사람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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