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는 사치인 계절, 겨울

적당히 추워도, 누군가 덜 걱정해도 되는 겨울을 기다리며

한 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


출근길,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코끝이 찡하다 못해 시리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춥단다. 겨울은 모름지기 매서워야 제맛이라는 말, 어쩌면 여유 있는 자들의 수사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이 계절은 낭만이 아니라 벼랑 끝을 버텨내는 투쟁이니까.


​어제 뉴스에서 연탄 기부가 매년 줄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이 무겁다. 숫자로 환산된 온기가 줄어들수록, 골목 깊숙한 곳의 온도는 속절없이 내려간다.


누군가는 그 추위를 살갗으로, 뼈마디로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을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걱정이라지만, 기어이 줄어드는 숫자를 마주하는 건 다른 문제다.


​적당히 추웠으면 좋겠다. 아니, 날씨가 춥더라도 누군가의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면 충분하겠다.


시린 바람을 막아줄 연탄 몇 장이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 세상. 그런 온기가 전제될 때라야 비로소 겨울은 겨울다울 수 있다. 혹독함이 미덕이 되는 건,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때만 허락되는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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