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2>가 보여준 '숙련도'라는 이름의 함정
분자 요리의 대가라 불리던 이가 <흑백요리사 2>에서 허무하게 돌아섰다.
2006년, 한국에 그 생소한 기술을 처음 들여왔다는 자부심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그는 사과 하나를 두고 20년간 몸에 익힌 테크닉을 총동원했다. 설탕을 끓여 사과 모양을 빚고, 볶은 사과를 액화 질소에 튀겨 가루로 만들고, 그걸 다시 채워 넣는 공정. 지켜보는 내내 경이로움보다 한숨이 먼저 새어 나왔다.
기술의 정교함 문제가 아니다.
"저거, 너무 오래된 장면 아닌가" 하는 의문.
심사위원 안성재의 평은 칼날처럼 정확했다.
"질소와 아이소말트 테크닉은 이제 너무 낡았습니다. 20년 전 요리를 보는 것 같네요."
"탈락입니다."
뒤이어 나온 인터뷰는 더 아프게 박힌다.
"그냥 생사과가 제일 맛있었어요."
19년 동안 갈고닦았다는 기술이 '그냥 생사과'보다 못하다는 판정을 받는 순간. 참가자의 표정에서 읽히는 당혹감이 내 일처럼 아렸다. 그는 업그레이드라 믿었겠지만, 시장은 그것을 '유통기한 지난 유물'로 분류했다.
내가 처음이라서,
내가 최초라서,
내가 한때 잘 나가서.
이런 서술어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아무런 힘이 없다. 커리어의 무서운 점은 여기 있다. 과거는 고칠 수 없고, 심지어 참고 사항조차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가 강요받는 것은 익숙한 숙련도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유효한 한 방이다.
"내가 예전에 말이야..."
이 문장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상대의 마음속엔 이 문장이 자동 생성된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변하는 지점은 한 끗 차이다. 내가 가진 기술이 박물관으로 가야 할 시간인지, 아니면 여전히 현장에서 날이 서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과거의 영광을 잊어야 산다.
우리는 오직 '오늘'의 결과물로만 증명될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