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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룸 Dec 16. 2020

05 증밍아웃

어른이태권도




일주일이 지났다. 결국 관장님께 '증밍아웃'을 했다.


 "일주일 해 보시니까 어떠세요?"

 "옛날엔 애들 대하는 게 너무 어렵고 힘들고 그랬었는데. 귀엽다고 다 받아주면 어깨 위로 막 타고 올라오고, 그렇다고 애들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근데 지금은 할 만하네요."

 "그렇죠. 근데 쌤은 혹시 이쪽으로 쭉 일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보니까 애들도 좋아하는 거 같은데..."

 "하하, 그러게요.. 이제와서 이런 일 하게 될 거라곤 전혀 상상도 못 했어요. 관장님, 그래서 말인데요...

저, 보육교사 자격증이랑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습니다. 아동복지 전공이었거든요. 혹시나 필요하실까 해서 그냥 참고로 알려드려요. 아, 민간자격이지만 국제 응급처치 EFR자격증도 있네요."

 "오, 쌤!!! 그럼 일단은 1단을 빨리 따 보시죠."




상황이나 환경이 내 의도와 상관없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흘러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몇 번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지금 당장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결국 '아- 그래서 그랬구나. 이러려고 그랬었구나.' 하는 때가 온다. 신을 믿지는 않지만, 그런 것을 보면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의해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 순간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낸 일주일 동안, 나는 뭔가 치유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께 이유 없이 부리던 짜증도 덜 해 진것 같고, 퉁명스럽던 내 말투도 좀 부드러워진 것 같다. 나를 보면 온통 한숨과 잔소리 뿐이었던, 아이돌보미를 하고 계시는 엄마와도 통하는 새로운 대화 거리가 생겼다.


수출입 사무직으로 일하던 중에 전사 차원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었었다. 나는   대상은 아니었지만, 퇴직 '당하시는' 20-30년차의 부장, 팀장님들과 임원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저들의 모습이   미래라는 생각과, 회사에 대한 배신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입장도 이해되었다. '평생직장' 보다는 '평생직업' 가질  있도록 나만의 기술이 있어야겠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래서 이것저것 배워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렸었다. 내가 정말 즐기면서    있고, 나여서   있고,  일에 있어서는 누구도 나를 대신할  없기 때문에, 단물 빨리면 언제든 버려지는 곳이 아니라 나를 정말 필요로 하는 곳에서 내 능력을 가치롭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결국, 일단은 1단을 따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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