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리추얼을 일상에 들일 한 해를 맞이하며

by 쓰임

기괴하거나 부질없어 보이는 것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믿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없는 시간도 있다.기능이 뚜렷한 것은 속이 시원하지만 그것을 넘어가는 것이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명백한 기능이 없고,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을 믿는다.


요가에 앞서 커피를 내려마시고, 때로는 시시껄렁한, 때로는 길게 이어 끊고 싶지 않은 말들로 채워지는 시간의 밀도가 꽤 조밀하다.그 대화에 때때로 등장하는 주제가 '믿음'이다.

맹목적인, 신을 혹은 종교적인, 보이는 것을,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것에 관한 이야기들은 늘 매혹적이고, 난 여지없이 그런 것들에 매료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

108배를 시작한 것은 꽤 오래전이고, 끊어질 듯 끊기지 않고 이어왔으나 작정하고 매일 아침 절을 할 것이고, 이번엔 그것을 기록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기록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쉬이 넘어갈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벽을 마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일이었고, 더군다나 스스로의 어떤 부분을 녹화하겠다는 것은 나를 조금 넘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매일 한 조각을 녹화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을 본 아이가 '엄마 잘난척 하고 싶어서 하는 거지'라고 물었을 때, 맞다고도 틀리다고도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자의식을 건드리는 일이고, 그 자의식의 낯빛은 다양하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여행을 다니면서도 이어왔다.명백하게 기능이 없고, 인과적으로 기대할 것이 있기도 없기도 한 불투명한 일을 계속 하면서 몸으로 이해하게 된 부분이 있다.예컨대 바다의 용왕신에게, 제주의 여러 신당에서 두 손을 모아 빌고 몸을 낮추어 비는 이의 뒷모습을.결과나 목표와 행위의 괴리를 뚫고 문명의 중추에 존속한 리추얼의 힘을.


매일 아침을 여는 습관이라고도 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이것을 체계화할 요량으로 한 일이 아니었고, 매일 똑같이 반복하는 과정의 결과는 매일 달랐고, 그렇다 할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니었으나 이 일이 나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었고 눈을 뜨는 일에 의미가 생기기 시작했으므로 나는 이 일을 신뢰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믿음.


그것이 명백한 이익도 없지만 몸이라는 유형의 대가를 기꺼이 지겠다는.리추얼.


언제 시작해도 좋은 일이지만 점 하나를 떨어뜨리면 연결을 상상하게 되는 일.


봄을 세우며, 함께 할 수 있다니 설레이고 이어지길 기도하며.


안녕! 20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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