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불편하다고 버린 것들은 영양 가득한 껍질이었다.
우리 가족은 웬만한 과일은 모두 껍질째 먹는다. 사과와 포도는 물론, 참외도 껍질까지 먹어야 맛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에서 늘 껍질 사과를 간식으로 주셨다. 그때부터 그렇게 먹는 게 버릇이 되었다. 습관이 무서운 게 이제는 껍질 없이 먹으려면 맹숭해서 과일 먹는 재미가 없다. 먹기 조금 불편해도 꼭꼭 씹어서 몸에 적응시키면 의외로 맛이 풍부하다. 깎아 먹을 때보다 영양소 섭취도 많다. 예쁘게 깎는 노력 대신 깨끗이 씻는 노력을 하면 버리는 것도 적으니, 마음도 편하다. 씨에 독이 있는 과일이 아니면 전체를 먹는 셈이다. 그 과일의 정체성은 달콤한 알맹이만으로 이루어지진 않았으니까. 불편하다고 껍질 깎아내듯 쉽게 버린 것들이 참 많다. 편하게 살기만 바라다 놓친 영양소와 만나지 못한 존재의 실체에 대한 아쉬움이 이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