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넘어졌어도 울었어도 다시 일어나 뛰는 사람이라고 말하겠습니다.

by 밝음

7살에 딱 1년 유치원에 다녔다. 고작 1년이었지만 운 좋게도 나의 담임선생님은 천사 같았다. 선한 미소와 다정한 말투, 그리고 어린아이에 불과한 우리에게도 존중하는 마음을 보내주신 멋진 선생님이셨다.


유치원 선생님에 대한 나의 첫 로망은 그때 나의 담임선생님 덕분이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좋은 어른으로 보였고, 아마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선생님에 대한 두 번째 로망은 동화책 덕분에 생겼다. '헬렌켈러'에 대한 일대기를 짧은 동화로 구현해 놓은 책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펼쳐낸 헬렌켈러가 위대하고 멋져 보이긴 했다. 그런데 내 눈엔 신기하게도 헬렌켈러보다 다른 사람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건 바로 '설리번선생님'.


헬렌켈러의 곁에서 눈과 귀가 되어준, 큰 사랑으로 그녀를 이끌어준 설리번선생님에 대한 로망은 생각보다 강했다. 존경하는 위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으면 대부분 '이순신장군', '세종대왕'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나는 늘 그 자리를 설리반선생님께 내어주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했다. 직업이 그렇다 보니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참 많이 하고 살았었다. 아이들의 전인적인 성장발달을 위해 어떻게 길러야 할지, 어떤 아이가 되는 게 좋은지, 우리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인지 등. 아이를 건강하게 기르는 것에 대한 사명감이 꽤 깊었다.


그런데 취직 후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과 함께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다. 경험과 함께 더 중요한 것들을 발견하고 선택하면서 3년 정도하고 관두게 되었다.


그래도 4년 배운 것들이나 그 이후 현장 경험까지 더해져서 늘 아이 키우기에 집착은 여전했다. 더군다나 교사가 아닌 엄마로서 아이에 대해 하는 고민은 더 깊었던 것 같다. 정답도 없는 아이 키우기에 대한 문제를 참 많이도 고심하고 노력했다.






"어떤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라는 질문에 내 대답은 고민도 없이 언제나 한결같았다. "내 아이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뭔가 멋진 사람이나, 사람들의 귀감이 되는 사람 등 사회적으로 멋져 보이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왜 나는 그 대답이 나왔는지 아직도 모른다. 지금에서야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 경험의 이유가 컸던 것 같다.


세상살이에 풍파가 많다 보니 나에게 중요한 건 언제나 다시 일어설 힘이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줄줄이 일어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살아내야 했기에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믿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새로운 삶을 펼쳐내는 힘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었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내가 그럴듯하게 이겨낼 수는 없다. 분명 넘어질 만큼 힘든 일도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괜찮다. 나를 넘어트릴 만큼 거대한 무엇이 있었다는 것도, 내가 무참히 넘어졌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면 모든 것은 괜찮은 것이 되었다.


나에게 다시 일어나 또다시 달려갈 힘이 남아있다면 모두 다 괜찮다. 살아있다면 모든 건 다시 시작하면 된다. 끝날 때까지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으니까. 하늘이 무너져도 내가 일어날 수 있으면 괜찮다.


여전히 우리 아이들을 떠올리면 위대한 사람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오늘 이 길을 걷고 있는 우리들은 이미 수천 번을 넘어지고 일어섰기에 이렇게 씩씩하게 지구를 걷고 있다. '죽음'을 제외하고는 그 무엇에도 다시 일어나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의 본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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