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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Mar 20. 2024

후회해도 소용없겠지만

후회를 하며 한 번 더 사랑을 전해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마흔이라는 세월을 돌아본다. 분명 후회 많고 아쉬움 많은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음먹고 돌아보니 그렇지 않다. 살아준 과거의 나에게 감사해야 할까, 그렇게 느껴준 현재의 나에게 감사해야 할까. 아무튼, 참 감사한 일이다. 공부도 열심히 못했고 원하는 것을 찾아 적극적으로 성취하는 삶을 살지도 못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했고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보지도 못했다. 머리로는 당연히 아쉬워해야 할 법한 삶인 것 같은데 가슴은 후회가 없다고 말한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그 모든 것 안에 나의 선택이 있었다는 인식 때문이다. 분명 그 선택으로 안 좋은 경험을 하기도 했고 다른 선택을 하는 바람에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갖지 못했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하고 살아온 삶이기에 후회는 없다. 이렇게 만들어온 삶의 모습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없다. 성공의 크기나 부의 양과 상관없이 그때의 나는 그렇게 하고 싶어 했다는 걸 알기에 그 선택을 존중한다. 이건 앞으로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거다. 


나의 삶이라는 개인적인 여정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다른 부분에서 후회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그건 바로 "엄마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지 못한 것."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고 떠나보낸 것이 아쉽다. 일찍 떠났던 엄마는 그렇다 쳐도 어른이 될 때까지 함께 살았던 아빠에 대해서는 왜 관심 갖지 못했을까 후회가 된다. 사랑보다 미움의 크기가 커져버려 아빠를 알아갈 마음을 내지 못했다. 너무 작은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나 하나 지킬 힘도 겨우 남아있어서 전전긍긍 살아갔다. 


그땐 나에 대해 알아갈 마음도 채 내지 못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분명 알아갈 시간은 충분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하물며 투병 중에도 아빠를 바라보지 못했다. 아빠라는 사람을 보며 살아간 게 아니라 아빠가 안은 병을 보며 살았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또다시 두려움만 가지고 살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매일 밥을 먹고 함께 병원을 다니며 그냥 살기만 했다.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빠라는 사람을 결국 알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내가 본 건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엄마, 아빠 역할을 하고 있던 아빠의 모습뿐이다. 이름 석자를 가진 한 사람으로서의 엄마 아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과거를 어떻게 살았는지, 미래를 어떻게 꿈꿨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는지, 어떤 마음을 품은 사람이었는지 말이다. 이미 그들의 생은 영화처럼 끝나버렸고 사랑할 기회도 함께 끊겨버렸다.




조금 더 바라볼 걸, 조금 더 이해할 걸, 조금 더 표현할걸.

일상 대화 말고 마음을 나누는 대화들을 더 많이 할걸.

한 번이라도 더 웃고 한 번이라도 더 추억을 공유할걸.

지난날들이 많이 아쉽고 후회가 된다.


이 생에서 가족으로 만났다는 건 엄청난 인연이었을 텐데 그 소중한 인연을 귀하게 알아보지 못했다. 너무 당연하게 여겼고 영원할 거라고 착각했다. 각자가 부여받은 찰나의 시간이 선물인 줄 모르고 살았던 지난날이 너무나 아쉽다.


영화 어바웃타임이 생각나는 밤이다. 오늘 밤은 나만의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다. 과거로 돌아가 부모님을 알아보고 싶다. 당신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이제야 이해하게 되어서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서로를 깊이 알아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과거 똑같은 기쁨과 슬픔, 고통을 그대로 겪으며 일어나는 일들이 아닌 그 일을 겪어내는 존재들을 바라보고 싶다. 영혼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생생히 만끽하고 싶다. 


그 시간들이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는 걸

이제는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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