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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Nov 15. 2022

아이를 진짜 위하는 길

셰어런팅(sharenting), 이제 그만 하려 합니다

인스타그램과 함께한 날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9년쯤 전이었다. 당시는 블로그를 많이  때였는데, 인스타그램이라는  있고 사진을 주로 올리며 조금씩 핫해지고 있다는 이웃의 말을 들었다. 카페 홍보나  해볼까 하는 요량으로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쯤 지나  아이를 가졌고 나는 한동안 카페 일을 놓고 육아에만 집중했다.  시기쯤 인스타그램 두번째 계정을 만들었다. 카페 계정은 공식적인 홍보용이다보니 개인적인 사진을 올리기가  꺼려졌던 것이다.


  두번째 계정은  일기장 같은 용도였다. 하루 24시간 밤낮 없이 아이를 기르는 일에만 모든 감각이 맞춰져 있던 시기였다. 둘째가 어린이집을 가기까지  삶은 오로지 엄마의 자리뿐이라고 여기던 때였다. 매일 집에서 어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자니 적적했다. 아이는 아직 어렸고 말이  통하지 않았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었다. 감정이 수시로 요동쳤고, 좋은 엄마가 되는 것과 나로 살고 싶은 욕구 사이에서 자주 방황했다. 출구가 필요하다 싶었고 손쉽게 찾은 게 인스타그램이었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었. 이만큼 컸다,  크고 있다, 는 이렇게 지낸다는 인기척을 하곤 했다.


  그러던 내가 얼마전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바꿨다. 해시태그를 붙이지는 않았지만, 아이들 사진을 공개적인 곳에 올렸다는 것에 죄책감을 많이 느끼던 중이었다. 사진을 전부 지우자니  아쉬웠다.  쓰는  좋아하다보니 사진마다 짧든 길든  당시  생각들도 적어두었는데,  시절이 통째로 날아가버리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사진과 글은 지우지 않고 계정만 비공개로 바꾸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은 팔로우를 거절했다.



셰어런팅(sharenting)을 아시나요


  이 모든 건 셰어런팅(sharenting)이라는 단어를 알게된 뒤의 변화였다. 공유를 뜻하는 share와 부모를 의미하는 parents가 합성한 단어인 셰어런팅은,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이 2012년에 처음 사용한 말이다. 아이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모가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로, 인터넷이 발달하고 SNS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새롭게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6년 캐나다에서는 대런 랜달이라는 13세 소년이 부모가 자신을 당황스럽게 하는 유아 시절 사진을 10년 넘게 페이스북에 올렸다며, 부모에게 약 3억 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래도 부모인데 너무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4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아이들의 사진을 수집해 범죄 대상으로 삼은 한 인터넷 카페가 경찰에 적발됐다. 영국의 다국적 금융서비스 기업인 바클레이즈는 '2030년 성인이 될 현재의 아동들에게 일어날 신분 도용의 3분의 2는 셰어런팅에 의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실제 SNS상에서 아이들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많은 아이들의 사진이 노출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의 얼굴뿐만 아니라 다니는 기관, 사는 곳, 아이의 특징, 심지어 아이 이름까지 수많은 정보가 함께 드러난다.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면 얼마든지 이를 도용하거나 범죄에 악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신상 노출로 인한 각종 문제도 심각하지만, 당사자인 아이의 동의 없이 사진을 올리는 것도 문제에 해당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가 아니며 한 개인으로서 자신의 입장을 가진다. 하지만 아직 어린 아이의 경우 이런 노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상황을 판단해 동의 여부를 밝히기가 어렵다. 실제로 부모들은 아이의 동의 없이 사진을 게재하는 경우가 다수다. 부모는 만족하는 사진이더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사진이 게시되기도 한다. 나중에 아이가 원하지 않을 때 지우면 된다고 하지만, 웹 환경 특성상 부모가 원본을 지운다 해도 어딘가에 복사본이 남을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부모가 자녀의 사진을 본인 동의 없이 SNS에 올릴 경우 최대 1년 징역에 벌금 4만 5000유로(약 5900만 원)를 부과하고 있다.



아이를 진짜 위하는 길


  이같은 문제점을 알고 나니  이상 아이들 사진을 게재할 수가 없었다. 올리더라도 뒷모습이나 특정할  없는 사진으로 최대한 골랐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문제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그동안 올린 사진에 대해 사과를 했다.  경우 아이들이 자라면서 육아만 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카페 일을 다시 하고  글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아이들 사진 올리기를 자연스럽게 멀리 하게 되었다. 한동안 엄마로만 지내다가 나로 살다보니 출구의 필요성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아이가 아직 어리고  역시  길을 찾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세상과의 소통 창구를 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마치 일기장처럼 아이를 키우며 느꼈던 감정이나 과정들을 기록하던 일을 아예 그만 하자니 아쉬운 마음도 살짝 든다. 그럼에도 아이는 내 소유가 아니며,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되뇐다. 굳이 타인에게 보이지 않아도, 일상을 잘 살고 내면을 채운다면 과시욕과 인정 욕구가 어느 정도 잠재워진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안다. SNS가 등장한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이런 공간 없었지만 아이들은 잘 자랐다. 그렇게 내 안의 작은 욕심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렵지만 함께 내려놓자고 말하려 한다. 아이들을 정말로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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