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단상

by 박순우

잠이 오지 않는 새벽이 선물 같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불청객 같기만 하다. 아침을 무겁게 만드니까.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 아침이 두렵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글을 잘 쓰지 않는다. 웬만하면 노트북을 켠다. 아무래도 더 편리하니까. 새벽엔 스마트폰으로 끼적이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웬만하면 끼적이지 않으려 했는데 실패.


어지러운 날들의 연속이다. 이틀 전에는 갑자기 몸살 증상이 있어 카페 문을 닫아야 했다. 단골 손님이 오실지도 모르는 날이라 종일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다. 연락처를 알지 못하니 따로 연락을 드릴 수도 없고. 섬 카페의 단골은 자주 봐야 일 년에 한두 번쯤. 그러니 마침 문을 닫은 날 오시면 여간 죄송한 게 아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식은땀이 흘렀지만 7월에 이틀 연속 문을 닫는 게 께름칙해 어제는 부랴부랴 문을 열었다.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성수기 같지 않은 성수기를 보내고 있는데, 어제는 웬일인지 제법 손님이 있었다. 하필 컨디션이 나쁠 때. 그래도 감사한 일이니 바쁘게 몸을 놀린다.


마감해야 하는 글 하나를 일 하는 사이사이 적는다. 몸이 안 좋으니 글을 쓰는 것도 굼뜨기만 하다. 쓰고 고치고 다듬고. 쓰는 일은 사실 많이 읽는 일이기도 하다. 하필 아픈 이야기를 써서 고치려고 읽을 때마다 눈물이 고인다. 휴지로 눈물을 찍어내며 표정관리를 한다. 영문을 알 리 없는 손님이 내 얼굴을 보고 당황하면 안 되니. 요즘은 일상적인 에세이가 잘 써지지 않는다. 글 쓰는 근육이 감소되고 있는 느낌.


비가 쏟아지는 새벽이다. 장마전선이 다시 북상한다더니 요란한 빗줄기가 창을 때린다. 수해 복구 하려면 아직 멀었을 텐데. 다시 쏟아지는 비에 망연자실할 얼굴들이 생각 나 마음이 편치 않다. 실종자를 찾다 해병대원이 숨지고 수해 복구 작업을 하던 50대가 사망했다.


서이초등학교를 빼곡히 감싸고 있을 수많은 조화가 떠오른다. 비를 맞으면 꽃이 떨어질 텐데. 교권 침해를 말하며 학생인권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떠올라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랫돌을 빼내어 윗돌을 괴야 한다니. 문제의 원인도 제대로 짚지 못하는 사람들이 앉아서는 안 되는 자리에 너무 많이 앉아있다. 신림동에서는 칼부림이 있었다는데. 세상이 참 흉흉하다. 목숨이 너무 쉽게 사그라드는 잔인한 여름의 한복판.


직업상 나는 영원한 을이다. 학교에 가면 나도 갑이 되는 걸까. 왜 인간은 같은 인간을 동일선상에 놓지 못하고 끝없이 서로가 서로를 비교하며 위아래를 가르려 하는 걸까.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밟고 올라서야만 빛날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내는 빛이 대체 얼마나 영롱할까.


종종 모든 사람이 미쳐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미친 건 나일지도 모르지. 더 갖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 더 가지려 생애 대부분을 할애하는 사람들. 돈을 좇기 전에 왜 돈인지 묻지 않는 사람들. 어떻게든 오르려고만 하는 사람들. 보이는 것들에 영혼을 파는 사람들. 결국 내려와야 한다는 걸 잊고 사는 사람들.


애먼 데 힘주지 말고, 눈속임에 현혹되지 않고, 그저 담담히 주어진 삶을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진짜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왕자 속 글귀를 자주 되뇌는 요즘이다. 나는 나의 자리에서 무얼 할 수 있을까. 글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성찰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우리 사회도 조금은 더 나아질 거라는 나의 믿음은 여전히 유효한가.


머리가 아파온다. 네 시가 넘었구나. 다시 눈을 감아봐야지. 잠이 와야 할텐데. 나도 돌고 세상도 도는 밤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