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비 Dec 17. 2023

어느 날 돈 생각을 그만두고 싶어졌다.

프롤로그

-강남 XX아파트 고점 찍었네요. 신고가 XX억


띠링, 카톡 알람이 울린다. 몇 달 전부터 참여하고 있는 부동산 단체 카톡방의 메시지다. 200명 넘게 들어와 있는 이 카톡방에서는 아파트 가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덕분에 조용하던 내 카카오톡 알람은 꺼지는 날이 없다.


-지금 삼성전자 -XX% 라는데요 매수해야 하나요?


띠링, 다른 카톡방에서도 알람이 온다. 여긴 주식 얘기를 하고 있는 카톡방이다.


왠지 지긋지긋해진 나는 주의를 돌리고 싶어 블로그 어플에 접속한다.



<블로그로 XXX만원 버는 법>

<안주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사회초년생 1억 투자 시뮬레이션>


하지만 블로그 새글 피드에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모으고, 더 열심히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게시글 뿐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주위는 온통 돈 얘기로 가득 차 있었다.






23살,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재테크에 눈을 떴다.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게 된 부동산 투자 책을 시작으로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집은 착실히 월급을 모아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게, '돈이 돈을 벌어준다' 는 개념은 신세계였다.



그때부터 미친듯이 투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새로 접한 재테크라는 세계는 신기하고, 재밌었다. 동시에 조급함이 들었다. 나도 얼른 책에 나온 대로 더 열심히 돈을 모으고, 일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다.



24살, 학교를 휴학하고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부동산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서였다. 목표는 1000만원. 비슷한 시기에 휴학한 친구들이 돈 모아 유럽 여행을 갈 때 나는 주6일 풀타임으로 출근하며 차곡차곡 돈을 쌓아갔다.



25살,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은 이미 너무 많이 올라 있었다. 천만원으로 살수 있는 곳은 지방의 조그만 아파트 뿐이었다. 부동산 대신 주식 투자에 눈을 돌렸다. 미국 주식으로 시작해 ETF, 채권, 중국 주식까지 다방면으로 투자를 뻗쳐 나갔다. 



26살, 재테크 블로그를 시작했다. 투자 공부를 위한 자료를 모으고 혼자 끄적거릴 목적으로 만들었던 블로그는 코로나 재테크 붐에 힘입어 이웃수 8천명, 토탈 방문자 300만의 경제 블로그로 빠르게 성장했다.



27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취업한지 6개월만에 아파트를 매수했다. 애초 목표는 20대가 끝나기 전에 내 집을 사는 것이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목표를 달성했다.



28살,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프리랜서 홀로서기에 도전했다. 무자본으로 시작한 사업은 이미 회사 밖에서 월급만큼의 수입을 벌 만큼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29살인 지금, 이제 돈 생각을 그만두고 싶어졌다.  



돈에 진심이었던 20대가

더이상 돈을 쫓지 않게 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