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비 Dec 20. 2023

재테크라는 신세계

1장. 재테크에 진심입니다 : 돈 공부 1년차


처음으로 재테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대학교 2학년 여름이었다. 당시 학교에서 계절학기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오전 중에 모든 수업이 끝나면 오후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는 게 일과였다. 그러다 우연히 부동산 투자에 관한 책을 접하게 되었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한 독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때까지 내 관심사는 여행 가고, 옷 사고, 화장품 사는 것이었다. 즉, 돈을 쓰는 것이었다. 재테크라고 해봤자 매월 주택 청약 2만 원씩 넣는 것과 가계부 정리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긴 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무지했고, 알아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지금 당장 노는 게 제일 좋은 평범한 대학생일 뿐이었다.



그런데 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돈을 불리는 영역을 알게 되니 완전히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디딘 느낌이었다. 무조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집을 사는 것이라고 알고 있던 내게 레버리지를 활용해 몇 억 짜리 집을 살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놀라웠다.



게다가 내가 처음 부동산 책을 접한 무렵은 갭투자의 전성기였다. 1억도 안 되는 돈으로 갭투자를 통해 집을 10채 이상 투자한 사람들의 경험을 담은 책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1000만원만 있으면 1억이 훨씬 넘는 집을 내 소유로 만들 수 있다니! 이게 정말 가능한가? 지금까지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구나.



큰 충격을 받고 남은 방학 동안 미친 듯이 재테크 책을 독파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도서관에 가서 책을 몇 권씩 쌓아둔 채 앉은자리에서 다 읽고, 서점에 가서도 새로 나온 부동산 투자 책들을 읽었다. 전세 갭투자에서 시작해 월세, 경매, 법인, 토지까지, 부동산 투자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넓고 다양했다.





지금도 자본주의 사회의 필독서라고 불리는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고 나서는 돈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열심히 일만 해서는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겠구나. 내가 쉬는 중에도 돈을 벌어오는 자본의 파이프라인  하루빨리 가져야겠구나.



파이프라인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연히 부동산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 학생이고, 돈이 별로 없으니 전세 갭투자보다는 소액으로 하는 월세 투자를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관련하여 수십 권의 책을 읽었고, 가장 유명한 부동산 카페에 가입했다. 부동산 투자 블로그와 유튜브도 구독하기 시작했다. 매일 그들의 의견을 듣고 경제 뉴스도 읽었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기본 지식은 어느 정도 쌓았으니 이제 부동산 정규 강의를 들어볼까 싶었을 때, 그 유명한 8.2 대책이 발표되었다.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외에 다주택 양도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활, 청약요건 강화 등 강한 부동산 규제를 대거 포함하고 있었다.



연이어 9.5 대책, 10.24 대책, 12.13 대책 등 한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규제책이 발표되었다. 정부에서 부동산 투자를 규제하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해 보였다. 이런 시기에 나처럼 뭣도 모르는 초보가 섣불리 투자했다가는 큰코다칠 것 같았다. 좀 더 공부를 하면서 기다려보는 걸로 계획을 수정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나는 대학교 3학년이 되었다.






3학년이 되자 학교 생활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매일 듣는 전공 수업에 실습까지 더해지니 학교에 10시간씩 묶여 있는 일이 다반사였다. 갑자기 정신 없어진 스케줄에 적응하기 바빠 부동산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할 수가 없었다. 틈틈이 경제 뉴스를 보고, 서점에 가서 새로 나온 책 몇 권을 읽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바쁘게 지내면서도 마음속엔 항상 얼른 나만의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다.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도 결국 좋은 직장을 가져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인데, 진정한 자본가가 되는 방법은 좋은 직장을 가지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까.



그렇지만 당장 가진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 알바를 하기도 어려운 내 처지가 답답했다. 무엇이 중요한지 곰곰이 고민한 끝에 큰 결심을 했다. 투자에 필요한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1년간 휴학하기로 한 것이다.






돈에 진심이었던 20대가

더 이상 돈을 쫓지 않게 된 이야기


[1장. 재테크에 진심입니다 : 재테크라는 신세계 fin.]



이전 01화 어느 날 돈 생각을 그만두고 싶어졌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