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재테크에 진심입니다 : 돈 공부 3년차
복학 후에도 나의 투자 관심사는 경매로 싸게 부동산을 사서 월세나 전세를 놓는 것이었다. 종잣돈 천 만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부동산 투자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대학 졸업 후 직장과 경매 투자를 병행하려면 연차/월차를 써서 시간을 많이 내야 하고, 세입자 관리 및 건물 노후화 등 신경쓸 점이 많을 것 같았다. 근무 시간이 길고 업무강도가 쎈 내 전공의 특성상 직장을 다니면서 경매 및 부동산 관리를 하기는 쉽지 않아보였다.
그러던 중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블로거를 몇 알게 되었다. 그동안 부동산을 비롯한 재테크에는 관심있으면서도 ‘주식하면 패가망신한다’ 는 보편적인 한국인의 믿음에 따라 주식 투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데,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분야였다. 특히 국내 주식을 단타로 치고 빠지는게 아니라 해외 우량 기업 주식을 선별해 장기로 투자한다는 '우량주 장기투자' 철학이 내 성향과 잘 맞을 것 같았다.
주식은 큰 돈이 필요하지 않으니까 일단 소액으로 투자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돈을 다 잃는다해도 크게 손해볼 것 없는 금액이고, 자본주의에 대한 수업료 낸 셈 치면 되니까. 우선 소액으로 투자하면서 이것저것 배우고 깨지고 실전에서 겪어봐야 앞으로 큰 돈이 들어와도 제대로 투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렇게 2019년 10월 처음으로 해외 주식을 매수했다.
국내 주식이 아닌 해외 주식으로 시작한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장기간 투자하기엔 국내 주식보다는 세계 1등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였다. 당시 주식 시가총액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었다. 둘이 순위를 엎치락 뒤치락 하며 치열한 1위 쟁탈전을 하고 있었다. 두 개의 주식을 각 1주씩 사면서 나의 주식 투자가 시작되었다.
미국 주식은 특히 분기별 발표하는 기업 실적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실적 발표일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 6시였다. 매 실적 발표일마다 알람을 맞춰놓고 일찍 일어나서 결과를 체크했다. 덕분에 어닝 서프라이즈 , 어닝 쇼크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되었다. 또 미국 주식 매수에 필요한 환율이 어떨때 오르고 내리는지 매일 확인하며 자연스럽게 경제 개념을 익혀 갔다.
2020년 2월, 코로나가 찾아왔다. 주식 시장은 연일 급락했다. 주식이 하도 떨어지면 ‘서킷 브레이커’ 라는 제동 장치가 걸린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오락가락하는 주식 시장. 하지만 투자에 대해 배우기 어느 때보다 좋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내가 얼마만큼의 강심장인지, 어느 정도로 하락을 버틸 수 있는지, 상승했을 때 기분이 어떤지 테스트 해보고, 기존에 세웠던 투자 원칙을 정비해갔다. 이렇게 소액으로 주식 투자를 하며 경제 공부에 대한 기본기를 쌓을 수 있었다.
소액으로 직접 투자하며 감각을 익히고 보다 폭넓은 경제 개념에 대해 공부했던 2020년 한 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수익률을 확인하니 42% 였다. 비록 아주 소액으로 투자한거라 수익 금액 자체는 많지 않았지만 내가 투자하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주는 것 같았다.
https://blog.naver.com/banbi13/222180819685
(↑상세한 투자 후기는 블로그 참고)
이렇게 주식 투자와 경제 공부를 하면서 미국 주식 뿐만 아니라 채권, 국내 주식, 중국 주식, 금/은과 같은 현물, 비트코인, 아트 테크까지 차근차근 관심사가 넓어졌다. 세상은 넓고 투자할 곳은 많았다. 기본적으로 안정지향적 성향이라 모두 잃어도 감당 가능할 정도로 조금씩만 발을 담궈봤다. 그 중에는 손해본 것도 있고 수익난 것도 있지만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이 애플/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초우량주였기에 큰 손해 없이 주식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적절한 시장 상황이 맞물린 초심자의 행운이었다고 할까. 어쨌든 덕분에 부동산에만 한정되어 있던 투자 지식이 한층 확장되었고 재테크 = 재밌는 것 이라는 인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