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많은 장면에서 내가 걸어온 길이 나에게 말을 건다
오늘 매장에 한 고객님이 찾아왔다.
들어오자마자 내뱉은 첫마디는
“기분이 너무 안 좋아서 밝은 컬러를 하고 싶어요”였다.
축 처진 어깨와 음울한 목소리로,
초점 없는 눈빛을 하고 계셨다.
나는 약 3분남짓,
시술에 필요한 잠깐의 몇 마디만 나눴을 뿐,
이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잠깐 고민했다.
'왜 기분이 안 좋은지 여쭤보고 들어 드릴까?
가벼운 스몰토크로 분위기를 환기시켜 드릴까?'
하지만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조용히 있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고객님도 내내 창밖으로 먼 산만 바라볼 뿐,
어떤 말도 없었다.
시술이 끝나고 마무리에 다다렀을 즈음,
대뜸 나직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음의 힐링치료사 같아요…”
순간 놀라서,
“에? 저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요?!”라고 되물었다.
고개를 들자 고객님의 눈동자가 똑바로 내게 와 박혔다.
어느새, 처음보다 또렷하게, 맑아진 눈빛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는,
“그냥 제가 느낀 대로 말씀드린 거예요.”
담담하고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어떤 미사여구도 없이 고요하고 단단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니 어쩌면 그 눈빛을 읽는 순간,
더 묻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 진심의 무게는 고스란히 흘러들어왔다.
마음이 한없이 몽글몽글 해졌다.
고객님의 체온에 살포시 손을 얹고,
나도 말했다.
“고객님이야말로 제 마음의 힐링치료사예요.
덕분에 오늘 선물 받은 기분이에요. 감사합니다.”
.
.
.
나는,
드물지 않게 이런 선물을 받는다.
특별히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그저 그 공간에 존재하고 있었던 것만으로,
과분하고 신기할 정도로 누군가에게서
감동적이고 좋은 말을 듣거나 칭찬을 받게 되는 순간들이,
세월이 갈수록 잦아진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삶의 많은 장면에서,
내가 걸어온 길이 나에게 말을 건다는 것을.
그 말들이 쌓여,
굳이 애쓰지 않아도 나를 살려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