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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d] 직원들이 나가요. 리텐션 진짜 중요한가요?

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by iid 이드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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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거시 환경이 흔들리면서 많은 회사들이 직접·간접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상황이 가장 큰 변수이긴 하지만, 사회적 여론, 정책·제도 변화, 그리고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자체 의사결정 실패로 생긴 위기까지 뒤섞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늘고 있다. 그래서 종종 이런 질문이 나온다.

“지금 같은 시기에 리텐션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리텐션은 ‘모든 사람’이 아니라 ‘붙잡고 싶은 사람’을 위한 말


나는 리텐션을 모든 직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가 꼭 붙잡고 싶은 사람”에게 집중되는 단어다. 시장 상황이 좋든 나쁘든, 회사가 고속 성장 중이든 위기이든, 마음속 공식은 늘 같다.

맞지 않거나 저성과자는 나가면 좋겠고, 잘 맞고 잘하는 사람은 오래 다녔으면 좋겠다.


이때 흔히 쓰는 도구는 네 가지다.

보상: 기본급, 사이닝 보너스, 스톡옵션, 회사 성장, 보람·성취감

포지션: 직책·책임 확대, 업무 확장, 조직 독립·확장

조직 만족: 조직문화, 우수한 동료, 복리후생, 장기근속 보상, 가족 복지

대표·회사와의 관계: 회사 브랜딩, 정서적·개인적 친밀감


이 네 가지는 리텐션 설계의 기본 틀이지만, 그 중요도와 활용 방식은 회사마다 다르다.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초점은 이 네 가지를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아니라, 리텐션이라는 단어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있다.


무조건 높은 리텐션이 좋은 건 아니다

리텐션은 절대 선(善)이 아니다. 산업, 비즈니스 모델, 전략, 성장 단계에 따라 그 가치와 필요성은 달라진다.중요한 건 ‘옳다·그르다’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가’다. 단, 퇴사 과정에서의 법과 매너, 사람에 대한 존중은 언제나 지켜져야 한다.


나는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흐름(flow)이 필요하다고 본다. GE 잭 웰치 시절처럼 기계적으로 하위 10%를 자르는 방식이 아니라, 채용·보상·징계라는 HR의 기본 원칙이 작동하는 조직이라면 자연스럽게 유입과 유출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 흐름이 완전히 막힌 조직은 정체되고, 내부 긴장감과 역동성을 잃는다.

Inflow = 채용

Outflow = 퇴사


회사가 커지려면 inflow를 늘리고 outflow를 줄인다. 규모를 줄이려면 inflow를 줄이고 outflow를 늘린다. 그리고 outflow를 늘리는 방법은 ‘리텐션 약화’ 자체일 수 있다. 즉, ‘누가 떠나느냐’가 중요하지, ‘얼마나 떠나느냐’가 전부는 아니다.


리텐션 절대화가 함정이 되는 순간

스타트업에서는 ‘조직문화’와 ‘안정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핵심 인재는 단단히 붙잡아야 해도, 나머지 인력까지 무조건 오래 붙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물류, 소비재, F&B, 패션 등 turnover가 높은 인력을 전제로 돌아가는 산업은 많다. 본사 인력보다 생산·유통·판매 현장 인력이 훨씬 많고, 이들은 계약직·파견·도급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물론 어떤 스타트업은 기성 기업에서 외주로 두는 인력을 직접 고용해 인하우스로 운영한다. 이건 인건비 효율성보다 더 큰 성장성과 임팩트를 노린 전략이다. 스타벅스를 비롯해 미국의 여러 기업이 이 방식을 통해 관례를 깨고 혁신을 만든 사례가 있다.


근속이 길어지고 숙련도가 높아지면 코스트 절감과 안정성이 생긴다. 그러나 동시에 인력 자원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HR이 봐야 할 건 ‘착하다·나쁘다’가 아니라, 지금 이 비즈니스에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가다. 리텐션은 회사를 잘 운영하기 위한 전략이어야 한다. 단순히 ‘사람 사랑’이나 ‘좋은 기업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것은 전략이 아니라 철학이다. 그리고 그 철학의 비용은 재무와 영업이 떠안게 된다.


기승전, 결국 Inflow다

모든 유연한 고민과 결정은 inflow, 즉 채용 역량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리크루터 출신이 아님에도 스타트업 HR에서 채용을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본다. 가볍고 유연한 인력 정책을 쓰려면, 그때그때 대응하고 수급할 수 있는 inflow가 튼튼해야 한다.


회사가 잘 성장하고 성과를 낸다면, 짧게 근무하더라도 그 경험은 그 사람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 그만큼의 베네핏을 제공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사관학교 이미지를 두려워하지 마라.”


퇴사는 배신이 아니라, 다른 현장에서 우리 브랜드를 대신 전파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이게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강력한 채용 브랜딩이 된다. 남게 하기 위한 리텐션보다, 서로 윈윈하는 관계를 만드는 게 더 오래간다.


방송, 작가, 영화, 만화 등 콘텐츠 업계는 원래부터 ‘기익 워커’들이 활동하는 생태계다. 물론 환경이 열악했던 이유도 있지만, 최근에는 그 유연함을 바탕으로 성공한 사례가 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영역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 해당 업계의 근무환경을 무시하거나 모르는 게 아니다. 분명 힘들고 열악했기에 그런 방식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다만 최근, 아직 소수지만, 이런 유연한 구조를 활용해 잘 성장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는 것이다.


리텐션에 갇히지 말고, 전략 속에서 판단하라

이 글의 목적은 ‘리텐션을 높이는 법’을 제시하는 게 아니다. 리텐션이라는 단어를 더 넓고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불필요하게 매달리지 말자는 것이다. 나는 인하우스에 있든 자문을 하든, 이탈률 자체를 절대적 지표로 문제 삼지 않는다. 항상 전체 전략과 메커니즘 속에서 그 수치를 해석한다.


퇴사율이 높으면 불안하고, 리텐션이 낮으면 실패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수치는 회사의 전략, 산업 구조, 성장 단계, 인재 수급력과 연결될 때만 의미가 있다.


리텐션을 ‘좋게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 회사에 맞는 리텐션 수준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회사의 목적은 직원을 오래 붙잡는 게 아니라, 그 회사의 목적과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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