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개똥철학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대표와 직접 일을 하는 직책 혹은 직무의 경우 대부분 이런 고민/걱정을 한다고 생각한다.
방향성이나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분명 이 방식대로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대표는 너무 강건하게 지시하고 표현한다. 분명 대표에게는 자신의 철학에 따라 생각하고 결정을 한 것이지만 담당자는 합리적 이유와 사례들을 들고 대표를 설득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운 좋게 대표를 설득하거나 방향을 선회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이런 경우들이 자주 발생하면 할수록 분명 대표가 머리로는 넘어가도 가슴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 있으며 같이 일하는 담당자가 과연 자기와 맞는지 자기랑 같이 갈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위 고민은 실제 여러 부대표 혹은 C레벨 급의 선/후배들이 나에게 많이 물어보고 상담한 내용이다. 이 경우 나는 대체로 이사회 멤버로서 대표를 견제하는 역할이 아니라면 (실제 한국에서는 이사회 구성도 사실 대표 의사가 많이 반영되기도 한다) 대표를 보좌하는 역할로서 대표의 생각이 잘 구현되도록 잘! 도와주라고 한다. 스스로의 가치관을 구현하고 싶다면 결국 대표를 해야 한다.
이번에는 조금 더 HR영역에 포커스 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지켜야 하는 아주 기초적인 법/제도를 지킨다는 전제하에서는 나머지 영역에선 사실 정답이 없다. 대다수가 생각하는 이래야 한다가 있지만 실제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그것으로 성과가 난다면 그 또한 하나의 길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가치관과 대표의 가치관이 다를 시 굉장히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문제는 항상 내 가치관을 관철해서 설득해서 이김으로써 얻는 효과와 그로 인해 잃게 되는 것들을 항상 잘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생각 또한 내가 주니어 때에 비하면 많이 바뀐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에도 말했지만 기본적 법/제도를 지킨다의 영역은 당연히 내가 관철해야 하고 주장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대표의 방식에는 생각보다 많은 스폰서십이 붙는다. 대표가 주장했기에 어느 정도 예산/인력 리소스 투입에도 관대하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 리스크나 상황이 발생해도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주장한다면 이 모든 것은 내가 다 커버해야 하는 영역이다. 조직 내에서 HR적 의사결정을 나 혼자서 커버하면 진행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Step은 순서보다는 베테랑의 단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다. 일단 대표의 결정사항을 그냥 수행하는 것이다. 이 자체가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에 함축적으로 포함된 것은 액션 한 뒤에 발생하게 되는 문제나 이슈에 대해서도 해결한다까지 포함된 개념이다. 액션도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도 해결해 버리면 된다.
다양한 케이스들을 경험하고 그리고 자신이 속한 회사/구성원 그리고 어떤 특정 문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내가 액션을 하게 됨으로써 어떤 후속 상황들이 발생할지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이 또한 Step2라고 쉽게 쓰긴 했지만 쉽지 않다. 왜냐하면 HR자체가 매우 변수들이 다양하고 많기에 똑같은 상황에 똑같은 액션을 해도 나타나는 현상은 상이할 수 있다. 이것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해당 조직과 구성원들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액션을 하기에 앞서 이후 발생할 상황까지 고려한 액션 + 후속조치가 된다면 생각보다 리스크는 줄이면서 효과성을 키울 수 있다.
마지막 단계인 Step3는 사실 내가 말하면서도 미안하다. 이것이 가능한 것도 쉽지 않지만 경험이 많고 능숙한 베테랑이라도 매번 성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항상 모든 일에는 징조가 있다. 그리고 그 징조들은 생각보다 엄청 큰일이 아니다.
HR을 예로 들면, 아래 같은 징조들이 있을 수 있다.
다 같이 그저 열심히만 일을 하다 어느 순간 개별 성과를 누군가 말한다 ▶ 성과 정의 및 구분
조직 간 협업 과정에서 어느 순간 리소스 제한에 따른 갈등이 발생한다 ▶ 전사 목표 설정, 우선순위 설정
대표가 컬처에 맞는 인재보다 성과가 뛰어난 인재들을 선호한다 ▶ 인재상/성과의 기준 변경
사소하게 하루하루 발생하는 징조들을 보며 이제 언젠가 일어날 판을 설계해야 한다. 여러 징조들이 쌓여서 결국 하나의 큰 HR 이슈로 발생하게 하면 결국 나는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앞에 말했던 대로 결국 대표의 의견을 수용하게 되며 후행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 징조들에서 내가 먼저 변화를 인지하고 이끌어 간다면 아직 대표의 의견은 단단해지기 전일 수 있다. 혹은 HR상황이 이슈로 확정되지 않았기에 변화 개념으로 내가 흐름을 설정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대표의 의견을 액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생각과 의견을 굉장히 많이 반영할 수 있다.
어떤 경우든지 간에 대표를 이긴다는 것은 없다. 이는 태생적인 HR 영역의 한계 혹은 특성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속에서 내가 어떻게 대응하냐가 결국 HR로서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결정한다.
가끔 구성원들은 왜 HR로서 대표의 의사결정을 막지 못하거나 더 좋게 만들지 못했냐고 항의한다. 그것을 피하고 싶다면 나는 개인적으로는 HR로서 계속 커리어를 이어가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HR은 역할도 역할이지만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입장에서 일을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어떻게 그래도 모두가 만족하고 최대한의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스마트하게 또 때로는 정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