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HR 후배 분이 커피챗을 통해 고민 상담을 하였다. 이번 고민 상담은 아래 두 가지 포인트에서 신선했다. 사실 신선하지 않고 당연할 수도 있지만 최근 추세로 보면 뭔가 드문 경우였다.
• 아직 주니어기에 본인이 직접 담당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에도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
• 최근 들어 주니어분들은 개인의 커리어 위주 고민을 많이 한 것에 비해 회사차원의 고민이라는 점
내부에서 그 현상을 겪는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고 혼란스럽겠지만 성장하는 회사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만약 그렇게 성장하고 있는데 안정적이고 고민거리가 없다면 그 회사는 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미리 준비를 잘하고 체계를 잘 잡았다 해도 실제 그 과정을 (그 회사 입장에서) 처음 겪으면 당연히 시행착오와 카오스는 발생한다. 나조차도 그런 현상을 다양한 회사에서 매번 겪지만 매번 겪을 때도 새롭다. 단, 나 이드는 이제 안다. 그냥 이건 너무도 자연스럽다는 것을. 무슨 큰일이 아니다. 그냥 일어나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경력직들의 의미는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현상이 일어났을 때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거나 빠르게 회복해서 다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이다. 성장통 자체를 막을 순 없다. 단지 성장통에서 빠르게 회복하거나 그것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하도록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양한 성장통들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성장통의 표면적 양상은 다르다 해도 본질은 동일하다. 그렇기에 HR에 대해서는 제발 예외성을 너무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다를 거란 희망고문은 성장통을 도리어 변질시키고 장애로 만들 수 있다.
HR담당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시니어가 퇴사하고 조직이 망가지면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HR관점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 단계를 가정해 놓고 봐서 그렇다 : 퇴사율이 낮다든지 조직이 안정된다든지.
그런데 그 생각 자체가 고정관념일 수 있음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또 한 가지 관점은 회사 혹은 대표관점에서 HR과 동일하게 문제라고 생각하는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어쩌면 회사/대표 입장에서는 그 과정을 통해 회사 세대교체를 추구할 수도 있고 더 회사에 맞는 인재를 찾게 되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직원스스로 회사 자체적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병에 걸렸을 때 병을 충분히 아파야지만 그 병에 대한 내성이 생겨 다음에 더 잘 버틸 수 있다. 처음부터 너무 강한 약을 쓰게 되면 내성이 생기지 못해 비슷한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처음처럼 똑같이 아플 수 있다.
축구를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최근 레버쿠젠 감독을 맡은 사비알론소라는 레전드 축구 선수가 있다. 선수 시절에도 뛰어난 기량을 보였지만 현재 감독으로서도 굉장히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레버쿠젠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좋은 팀이었지만 올해 사비알론소가 감독을 맡은 이후 무패 우승을 노리고 있다. 사비알론소 감독이 팀을 맡고 상대적으로 다른 팀 대비 S급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조직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아래와 같이 단계적 전술을 적용했다 : 수비 안정 & 역습 축구 → 볼을 더 많이 가지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축구
현재 조직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 조직에 우선적으로 도입가능한 단계부터 순차적으로 개선해 나갔던 것이다. 이로 인해 조직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조직력을 향상할 수 있었다.
다시 HR이슈로 돌아온다면 저 이슈는 절대 하나의 처방으로만 그리고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 왜냐하면 단순히 리텐션만을 위해 온보딩을 개선한다는 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사가 지금까지 급격히 성장하기 위해 해 왔던 수많은 성공방정식 그 자체가 지금에서의 문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히 한두 영역에서가 아닌 모든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통 이럴 경우 문제의식 인식 및 현 상황 진단을 먼저 하게 된다. 그리고 해결을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문제인지 아닌지부터 정확히 다시 살펴봐야 하며 하나하나 국소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그러면 이다음 회사의 나아갈 방향과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그것이 있어야지만 HR이슈에 대한 거시적 접근이 가능하다. 방향이 어떻게 그려지냐에 따라 HR이슈를 그냥 감내하는 것이 답으로 나올 수도 있다. 정답이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