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개똥철학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일전에 HR리더로서 대표이사/경영진에게 분노했던 시절의 글을 쓰면서 문득 다른 관점에서 대표는 과연 어떤 상황일까를 고민해 보게 되었다. 물론 다른 여러 기능들 중에서 특히 대표랑 밀접한 조직이 HR이다 보니 사실 자주 보고 많이 보기도 했다. 그런 대표의 여러 측면들 중에서 이번에는 가장 근본적이면서 가장 어려운 영역을 말해볼까 한다.
외국에는 대표에 대해서만 연구하는 논문이나 연구 분야도 있고 요즘엔 덜하지만 한국 경영학에서도 재벌과 그 총수에 대해서 연구했던 논문들이 과거 꽤 많았다. 결국 회사란 대표/창업자에게서 분리되기 힘들다. 특히 한국과 같은 非이사회 구조에서는 더더욱.
투자의 단계로 쉽게 구분하며 그에 따른 비즈니스/조직/시스템/경영진 등의 변화가 진행된다. 자의에 의해서도 혹은 주변 환경/타의에 의해서든 결국 이루어지긴 한다. 이드도 꽤 많은 회사들의 성장통을 직접 혹은 지인의 관점 혹은 도와주는 입장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CEO는 회사의 대표로서 회사의 성장을 위해 의사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다양한 활동들이 스테이지마다 달라지게 된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산업군 / BM / 창업자 나이와 배경 등이 다 다름에도 불구하고 항상 아래 포인트들에 대해서는 쉽게 놓지 못한다.
※ 진짜 많은 대표들이 다 비슷하다. 30명정도의 대표들에게서 정리해보았다.
• 채용 : 얼마나 좋은 사람일지를 검증하기보단 빅테크/대기업/유명스타트업 배경을 선호하거나 혹은 마지막 처우협상 결정권에만 관심을 가진다.
• 보상 :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정책보다는 특색 있는 자신만의 보상정책을 원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인원들에게 더 대우해주지 못해서 불만을 가질까를 걱정한다.
• 재무 : 건강한 재무관점을 가지기보다는 모든 비용에 대해 통제하며 매일 통장 잔고를 보며 불안해한다.
• IT Tool : 보안 정책을 수립하기보다는 IT Tool들의 개별 권한들을 다 직접 관리하며 정보를 혼자 보는 것으로 안전감을 느낀다.
• 구설수 : 회사가 커지고 구성원이 많아지며 공식 리뷰/피드백보다도 구성원들 사이의 여론이나 구설수에 더 관심을 가지며 민심을 지 못하면 불안해한다.
• 마케팅 (특히 브랜딩) : 회사의 브랜드는 나만이 오롯이 알고 있으며 이를 위한 마케팅이나 브랜딩은 나만이 총괄할 수 있다. 경력과 무관한 나의 감각이 제일 중요하다.
• 명함 : 복지나 사무환경보다도 좋은 재질에 멋진 디자인의 명함이 회사의 클래스를 보여준다.
• 네트워킹 : 내가 만나고 교류하는 사람들이 회사 그리고 나의 급을 결정한다.
• VoC : 회사가 성장하더라도 고객의 보이스는 직접 확인해야 한다. 내 생각과 맞는 보이스는 나의 인사이트를 강화시켜 주지만 나랑 맞지 않는 보이스는 소수의 예외 보이스이다.
그 외에도 조경, 워크샵, 음식, 인테리어, 회식, 사무실 뷰, 굿즈, SNS 등등 사실 엄청 많지만 좀 더 대중적인 영역들로 선정했다.
내가 본 대표님 중에는 유니콘인데도 빅테크 출신의 C레벨들이 있음에도 여전히 그것을 (넘기긴 했지만) 힘들어하며 억지로 참으려고 매우 노력을 하고 계셨다.
스타트업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스테이지에서 시니어들을 전문가로서 혹은 관리자로서 채용하게 된다. 시리즈 A때는 5년 차를, 시리즈 B때는 10여 년 차를, 시리즈 때는 20여 년 차를, IPO를 준비할 때는 대기업 출신 임원을. 어떻든 그 영역만을 전문으로 했다면 대표보다는 전문가이다. 스타트업의 채용은 시간을 세이브하기 위해서이다. 동일한 경험을 나도 하게 되면 그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5~10년을 쓸 거면 VC에서 투자하지 않는다. 그 시간 / 경험을 돈으로 샀기에 기존의 기성 기업들과 빠르게 즉시 경쟁하는 것이다.
직접 경험하진 못했어도 VC들도 말하고 주변 멘토들도 말하고 주변 지인 대표들도 말한다. 그런데도 인정하기 어렵다. 백번 양보해서 일반적으로는 그 전문가가 더 잘 알고 더 전문성이 높겠지만 하지만 내 회사는 유니크하기에 이 유니크한 내 회사의 경험은 나만이 알고 있다는 그 생각이 이 모든 것을 막게 된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되면 회사의 유니크함(특수성)이 대표의 영웅화로까지 가게 된다.
스타트업의 대표가 가져야 할 뚝심과 의지력은 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기업가정신이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도전정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신성화는 그와는 별개로 자신이 해당 영역들의 지식/경험측면에서 마스라고 생각해서 다른 이의 말을 듣지 않게 만든다. 모차르트와 같은 천재는 남들이 10년 걸릴걸 5년 만에 배우고 범인들이 가지는 경험들을 겪지 않아도 다 알고 더 뛰어난 창작물을 내놓았다는 예외성 이론에 자신을 대치하기 시작한다. 아니 근데 모차르트도 피아노를 배우는데 몇 년은 동일하게 썼다. 그도 적어도 음악에 대한 개념이나 지식은 외우고 학습했단 말이다.
위에서 대표가 잘 놓지 못하는 영역들을 잘 보게 되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크리에이티브나 철학/주관에 의한 영역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오해가 존재한다. 그 영역들도 절대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 없는 영역이 절대 아니다. 인사이트도 경험이 있어야 나오고 이니셔티브도 배경을 알아야 한다. HR도 수많은 케이스를 통해 보편성과 일반성을 가지고 가야 한다. 수만 년 인류 역사가 그냥 쌓인 것이 아니다. 인간이 진화하는 데에도 수만 년의 시간이 걸렸다. 인간은 그렇게 빨리 바뀌지 않는다. IT기술과 트렌드에 따라 바뀌는 지점들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 글이 대표에게 잔소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앞에도 말했지만 이는 대표가 겪어야 할 피할 수 없는 성장통이다. 내가 분명 잘한다고 생각했고 내가 분명 내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도전받고 하지 마라고 하고 나보다 전문가들이 가져간다. 그리고 기존에 내 방식대로 하자고 해도 반박한다. 그네들이 내세우는 경험과 논리 다 좋다 하지만 내 회사 / 내 시장 / 내 비즈니스 / 내 고객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말이다. C레벨을 뽑아서 그 영역을 넘겨야 함에도 이중적 마음이 존재한다. 회사 성장을 위해서는 넘겨야 하는데 넘기기 싫다. 이 성장통을 제대로 경험하고 극복하지 못하면 대표는 유지할 수 있을지언정 좋은 경영자로는 가기 어렵게 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표준화되기는 힘들 것 같다. 대표들의 유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은 그 전문가에게 맡기고 인정해야 함은 무조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내가 설사 창업을 했다 하더라도 내가 아는 회사, 내가 아는 비즈니스, 내가 아는 시장, 내가 아는 고객, 내가 아는 직원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그 순간이었을 뿐 회사가 성장하며 변화하며 그 요소들 또한 끊임없이 바뀐다. 그 생각들로 인해 비롯되는 여러 비효율적이거나 잘못된 의사결정만 조심하더라도 그 성장통은 매우 잘 관리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조금 예시를 준다면 아래와 같은 역할들이 있다.
• 회사 전체의 정책/기준 수립
- 개별적인 하나하나의 마이크로한 가이드를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 Positive 규제보단 Negative 규제 형태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큰 틀만 잡아주면 된다.
- 정책/기준만 수립하고 그에 대한 집행과 실행은 각 담당자에게 넘겨야 한다.
- 그 뒤의 실행 영역은 대표가 직접 볼 영역이 아니다. 대표는 결과위주로 보고 받고 의사결정만 하면 된다.
• 구성원들에 대한 비전 공유
- 어쨌든 대표는 회사의 마스코트이다. 직원들이 그저 그런 회사원이 되지 않기 위해 대표만은 회사 내에서 몽상가이자 도전가로 남아있어야 한다.
- 힘들 때 한순간이라도 의지할 수 있는 회사에 대한 이미지/신뢰가 필요하다.
• 외부 (투자자, 시장 등)와의 커뮤니케이션
- 회사를 둘러싼 외부 이해관계자들은 결국 회사/대표와 대화하게 된다.
- 실제 문제 해결은 실무차원에서의 액션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해도 결국은 대표가 테이블에 참석한다.
- 투자자들도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여러 채널을 통해서 알더라도 어쨌든 대표 말에 믿고 간다.
• 불편한 의사결정과 불편한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 누구에게 나쁜 피드백을 주는 개인적인 영역의 내용이 아니다. 회사차원의 혹은 정책차원에서의 메시지가 마냥 모든 이들에게 편하고 좋기만 하지는 못한다. 그것들이 실무차원에서 진행된다면 이는 쉽게 정치로 변질된다.
- 대표다. 어쩔 수 없이 이 것들의 시작점이자 마침표는 대표이다. 물론 이것을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 절대 안 된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하거나 액션 하는지가 더 중요하지만 이는 다른 글에서 쓸 예정이다.
• 회사의 한정된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각 리더 간의 조율자
- 돈 / 인력 / 시간 등 회사의 리소스는 한정되어 있다. 회사의 전략 방향과 로드맵이 있다 해도 모두가 다 급하다고 한다.
- 합리나 논리의 영역이 아니다. 이때 만큼은 대표가 결국 의사결정해야 한다. 단, 그렇다고 회사의 초기 때처럼 내 직감대로 내 선호대로 막 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위의 역할들은 매우 어렵고 힘들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은 기다리고 참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근데 원래 의사결정자 / 대표란 존재가 그런 것이다. 심지어 대부분 기다리고 참다가 한 번씩 의사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조차도 너무 어렵고 혼란스럽기 때문에 그 한순간들을 위해 공부를 하거나 많은 자문/고문들을 둔다.
※ 그런데 문득 이 말을 하면서도 두려운 것은 세월과 경험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해될 내용들이 너무 글자 그대로 학습되면 이상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 이 현상들이 스타트업에서 자주 발생한다. .
• 대표는 채용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사람들을 뽑아 그 사람들에게 일을 넘겨서 잘 되게 해야 한다.
- 아니 말은 너무 맞다. 근데 채용도 필요할 때 해야 하고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잘 볼 수 있고 검증할 수 있을 때 뽑아야 하고 조직도 준비가 되어있거나 어느 단계인지를 보면서 해야 한다.
- 그냥 막 유명한 사람들 만나고 괜찮으면 다 스카우트하고 그래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 대표의 의사결정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그를 위한 주변에 좋은 조언자들이 필요하다.
- 이 말도 말은 맞다. 그런데 그렇다고 아무나 자문/고문으로 앉히라는 말이 아니고 모든 의사결정을 그네들에게 보고해서 의견을 받아오라는 말이 아니다.
- 자문/고문도 제대로 된 분들은 그 선과 한계를 명확히 알려준다. 왜냐하면 책임을 져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에 대한 고민은 회사 성장에 가장 깊숙이 관여되며 또 가장 어려우며 가장 바뀌지 않는다. 대표 또한 스스로 얼마나 힘들까 싶다. 대표 학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직원들처럼 어떤 가이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성장하라고는 하는데 성장에 대한 기다림은 없고 모든 것을 다 책임지게만 한다.
미안하지만 그래도 대표는 그래서 대표라고 생각한다. 피할 수 없다. HR로서 내 역할을 최선을 다하며 대표를 도와줄 뿐이다. 대표가 이드를 어떻게 쓰는지도 정답은 없다. 이 또한 대표의 역량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