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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금코치 Oct 31. 2023

생각습관 | 시작프로그램 켜기

자기 다루기 전문가



새벽 5시에 자는 아이를 안고 차에 태워 남편과 함께 대전에 있는 식장산에 갔습니다.
큰 딸이 4살 때였습니다.
2017년 늦가을이었습니다.
입김이 나올 정도로 날씨가 꽤 쌀쌀했습니다.

이유는 하나.
일출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 오빠, 내일 일출 보러 가자. "

" 응? 왜? 어디로? "

" 야경 예뻤던데가...... 식장산이었지?"


사진: Unsplash의Cynthia Magana ​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유산이 확정된 시기였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으로 맘카페를 뒤졌던 시기를 지나
병원에서 확인사살(?)을 받고 마음이 무너져내리던 시기를 지나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마음을 돌리려고 부단히 애를 쓰던 시기를 지나
그나마 현실 파악이 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중 직감적으로 일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나만의 새해를 미리 시작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뜬금없는 저의 제안에 남편이 선뜻 호응해 줬고
딸아이도 협조해 주었습니다.
차에서 잘 자주었으니까요 ㅎㅎ

군인 남편을 따라 충북 영동에서 1년간 살던 때였습니다.
시부모님이 계시는 대전 식장산까지는 1시간 거리 정도 되었습니다.



가서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차도 사람도 우리밖에 없었습니다.
가서 떠오르는 해를 한참 보다가 왔습니다.

슬프거나 우울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족이 함께 있었고
이 시기는 지나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약간 설레기도 했습니다.
내가 마음대로 새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특별함을 느꼈습니다.
불행을 불행으로 삼지 않는 나 자신에게 기특함을 느꼈습니다.


' 오늘 이후로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  하는 기대감도 생겼습니다.


안 좋은 일 뒤에는 좋은 일이 오기 마련이니까요.


'지금 이 상황도 내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내 인생은 늘 이기는 인생이 되겠다'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살다 보면,
유난히 뭐가 잘 안 풀리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하루는 유난히 지치고, 꼬이는 날도 있습니다.


그때 저에게 그런 일이 두 번 연속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늘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저는 힘들 때마다 하는 생각 습관이 있었습니다.

" 하루를 내 맘대로 분절하기. "
하루를 시간으로 나누어 4쿼터로 생각합니다.

1쿼터는 보통
2쿼터는 망함
3쿼터는 괜찮
4쿼터는 굿

오전을 망쳤다면, 1시 이후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하루를 시작하기.
그러니까 언제든 시작으로 삼는 것입니다.
하루를 모두 망쳤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시간은 그냥 누가 마음대로 정한 것뿐이니까요.





2021년에도 다시 한번 저만의 새해를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12월을 새해로 여기자고 마음먹었던 때였습니다.

마흔 살은 다르게 살고 싶어서, 2021년 12월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윗몸일으키기 30개 하기로 시작해서, 40개가 되고, 50개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 다른 것도 도전해 볼까? '라는 생각으로 미라클 모닝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새벽 5시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싶어서 브런치 작가에 응모하게 하였고,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코칭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2022년 10월입니다.


교육을 다시 듣고, 2023년 상반기 까지 스터디를 하고, 코칭을 하고, 코칭 훈련을 했습니다.


하반기인 지금은 코칭을 하고, 코칭교육을 하고, 블로그와 브런치를 운영하고,
코치들과 연대하며 현재까지 왔습니다.

하나의 시작이
또 다른 시작을 불러오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 언제든 시작이 될 수 있고
모두의 시작 시점은 다를 수 있다.
시작하면 변한다. "    
 
ㅡ 지금코치 ㅡ


저는 이런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코끝이 쎄한 가을바람을 맞다보니,
가을 날 식장산 일출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이후 제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변화가 지금의 저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매일 도전하는 모임을 진행하고, 실제로 매일 도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생의 시작 프로그램을 늘 켜두고
살아가는 느낌입니다.

지금을 새해라고 여기면 어떨까요?
2023년 10월 31일인 지금,
못 이룬 것을 붙잡고 아쉬워하고 자책하기보단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죽음이 굉장히 가까이 있을 수도 있고,
또 생각보다 꽤 멀리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가까이 있다면 ' 이루지 못한 것에 아쉬움' 이 클 것이고
생각보다 오래 산다면 '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서 그냥 흘려보낸 세월에 대한 아쉬움' 이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시작하고 싶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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