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마시는 것을' 사랑하라!
4년의 대학생활 중 3년 동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프랜차이즈부터 핫플레이스 성수에 있는 카페까지. 여러 음료와 디저트를 경험해보며 맛에 대한 기준이 올라갔다. 역시 뭐든 경험치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렇게 소개하는 나의 맛 취향 2탄, 카페/디저트 편.
쏘리에스프레소바(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2길 12)
: 요즘은 서서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에스프레소 잔을 쌓아둔 인증샷을 찍기도 한단다. 하지만 내가 처음 이 곳을 방문한 이유는 커피도 인증샷도 아닌, 오직 에그타르트. 포르투 여행 할 때 (과장 조금 보태서) 매일 에그타르트를 한 상자씩 먹었다. 그만큼 맛있어서 한국에서도 에그타르트를 찾아 다녔지만 유명하다는 맛집에 가도 그 맛을 구현하는 데는 없었다. 그러다 만난 쏘리에스프레소바. 아줄레주 타일로 꾸며진 외관을 보자 기대가 부풀었고, 에그타르트를 베어무는 순간 ‘찾았다..!’ 하는 안도감이 몰려왔다. 이제 더이상 2019년 사진을 보고 과거의 나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곳. 에스프레소만 시키는 오류는 범하지 마시길.
모드니에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9-4)
: ‘에밀리 파리에 가다’를 보면 꼭 먹고싶어지는 것이 있다. 바로 뺑오쇼콜라. 사실 한 달 간의 파리 생활 동안 뺑오쇼콜라를 사먹어본 적은 없었다. 크루아상과 바게트에 빠져서 그 두개만 주구장창 먹은 게 이렇게 후회가 될 일이람. 하지만 상관없다. 한국은 원조보다 더 맛있게 하는 집이 많기 때문. 모드니에의 뺑오쇼콜라는 딱 내가 원하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뺑 오 쇼콜라는 대부분 초콜릿에 덮힌 채로 초코파우더가 뿌려져있다. 하지만 나에겐 너무 과했다. 먹기도 불편할 뿐더러 너무 달았다. 하지만 모드니에 뺑 오 쇼콜라의 노릇하게 구워진 갈색 표면이 나를 설레게 했다. 초코에 뒤덮히지 않고 그대로 있어줘서 얼마나 고맙던지.. 그 안에 든 굵직한 초코가 씹힐 때는 행복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다. 모드니에는 마들렌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난 아직 마들렌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이럴 때 보면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걸 무조건 먹어봐야 하는 성격은 아닌가보다.
네스트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21 5층)
: 소믈리에 하면 떠오르는 것? 100명 중에 99명은 와인이라고 답할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티 소믈리에 라는 것은 처음 들어봤다. 이 곳은 티를 파는 곳이다. 커피를 파는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날 때 ‘우리 카페에는 커피가 없습니다’를 외치는 자신감이 멋졌다.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처음 방문한 네스트는 작고 아담하고 간결했다. 그 곳에서 나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메뉴에는 처음 보는 이름들이 가득했다. 새로운 도전을 즐기지만 실패는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best’가 쓰인 감잎차 라는 걸 시켰다. 차에서 이렇게 감칠 맛이 난다고? 이 맛을 입 안에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홀딱 홀딱 넘기다보니 한 잔을 다 비웠고 리필까지 해서 먹었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맛이었다. 심지어 8월의 무더운 여름 날에도 난 따뜻하게 밖에 안되는 감잎차를 먹으러 간다.
Pomme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15 1층)
: 술을 잘 못 먹는다. 내 발로 술을 먹고 싶어서 찾아간 곳은 전무하다. 하지만 여기는 내 손으로 예약을 하고 내 손으로 술을 시킨다. 소주, 맥주의 맛을 모르는 나에게 유일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은 칵테일이다. 이 곳의 매력은 맛도 맛이지만, 메뉴판에 있다. 분명 이 칵테일을 먹기로 결심했는데 메뉴판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다른 것도 궁금해진다. 그만큼 소개글을 잘 써두었다. 키위로 만든 칵테일로 정하고 정말 고급스러운 키위 슬러쉬 같은 맛에 놀랐다. 너무 빨리 마셔버린 탓인가 한 잔으로 잔뜩 취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새로운 맛을 발견하는 재미는 늘 짜릿하다.
앞으로도 열심히 새로운 맛으로 나를 잘 대접해 줘야지.